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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서해공무원 피살사건’ 文정부 은폐 결론…13명 징계

윤정훈 기자I 2023.12.07 10:27:30

감사원,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군 피살사건 조사
국방부, 해경, 통일부, 국가안보실 등 은폐 시도
안보실 지시에 따라 합참 비밀자료 삭제
월북 아니라는 증거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나타나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감사원이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국방부, 해경, 통일부, 국가안보실 등 관련자 13명이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했다고 판단하고 징계·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아울러 퇴직자의 경우 비위사실 통보를 요청하는 동시에 국가안보실 등 6개 기관에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를 요구했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위헌’ 헌법소원 청구 및 가처분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초동대처 부실 및 사실 은폐, 수사결과 왜곡 등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지난 10월 말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 다만 감사보고서는 국가 기밀 사항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해공무원 피살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최초에 이와 관련해서 이 씨를 자진 월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피살사건으로 결론내리고, 당시 문 정부의 공무원들이 은폐했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안보실은 이씨의 발견 사실을 합참으로부터 보고 받고도 통일부에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했다. 서훈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오후 7시30분경 조기퇴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 발송 필요성 등을 검토하거나 안보실에 건의하지 않았고 해경 및 중부청, 통일부, 합참, 해군 모두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이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안보실의 ‘보안 유지’ 지침에 따라 조직적인 사실 은폐 행위가 이뤄졌는데, 국방부 지시를 받은 합참이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서 삭제한 비밀 자료는 23일 당일 60건, 이후 123건 등 총 183건에 달했다.

통일부는 사건 당일 당시 18시경 국정원으로부터 발견정황을 전달받은 후 수차례의 통화를 통해 서해 공무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위기상황 대응의 주관기관인 통일부의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으로서 발견정황 등을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관련 규정에 따른 조치(상황 전파, 대북통지 등 송환에 필요한 조치 등)를 하지 않다가 구조 및 생존 여부에 대한 파악 없이 22시 15분경 퇴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통일부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최초 인지 시점을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최초 전파받은 시점이 아닌 장관이 인지한 시점인 23일 오전 1시로 결정했고, 이 내용대로 관련 자료를 작성해 국회와 언론에 대응했다. 해경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최초 실종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합참이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내린 정보 분석보고서에서 언급한 4가지 근거 중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무궁화 10호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슬리퍼) 발견 등은 “군 첩보에도 없고 사실과 다른데 안보실·국방부의 지시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군은 보고서 작성에 있어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 착용’ 등의 첩보를 제외하고, 추후 해경 수사에서도 ‘거듭된 질문에 월북 답변’, ‘실종 직전에는 없었던 붕대 착용’ 등 자진 월북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첩보를 제공하지 않은점도 드러났다

국방부는 안보실이 ‘월북으로 판단된다’ 등의 내용이 기재된 주요쟁점 및 대응요지를 지2020년 9월 26일부터 같은해 10월 28일까지 4차례 하달하면서 국회 등에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지시하자 해경의 최종 수사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2020년 9월 말부터 서해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국회에 대응했다.

감사원은 “비위행위가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고 하급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점, 군·해경 조직의 특수성, 퇴직자가 다수인 점, 처분요구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의 정도 및 처분요구의 대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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