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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美서 자금세탁 등 유죄 인정…CEO 사임·5.5조원 벌금 합의

방성훈 기자I 2023.11.22 09:49:31

美법무부 "바이낸스·자오 유죄 시인후 벌금 등 합의"
美고객 북한·이란·하마스·IS 등과 거래 중개 혐의 등
"의심거래 미보고 및 사전 차단 노력도 안해 벌금"
자오 CEO는 사임키로…"실수했기 때문에 책임져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자금세탁 방지 제도 미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의 거래 중개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바이낸스 역시 자금세탁 및 국제 금융 제재 위반과 관련된 다수의 형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5조 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사진=AFP)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낸스가 미국의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달러(약 5조 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벌금은 법무부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재무부 등이 나눠 수령할 예정이다.

미 재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낸스가 랜섬웨어 공격, 아동 성적 학대, 대규모 해킹, 마약 거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이슬람국가(ISIS)를 포함한 테러 단체와 관련된 10만건 이상의 의심스러운 거래를 보고하지 않거나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미국인 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 네트워크(FinCEN·핀센)에 등록하고 자금세탁 방지 제도를 운용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은행보안법을 위반했다. 아울러 미국인 고객이 이란, 북한, 시리아 등 미국의 제재 대상 지역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하는 것을 중개해 대북 제재 등도 위반했다.

미 재무부는 “바이낸스는 2018년 수백만명의 미국인 고객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들이 미 정부의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충분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며 “전체 암호화폐 거래 가운데 총 166만여건, 7억달러 상당의 거래가 제재를 어겼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있는 사용자와의 거래는 총 80건(437만달러 상당·약 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합의는 자오 CEO와 바이낸스가 미 캘리포니아주 시애틀의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이뤄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6월 자오 CEO를 상대로 13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등록 파생상품 판매, 제재를 위반한 중개, 고객 자금 관리 오용 등의 혐의가 적용됐으며, 이에 따라 미 검찰은 자오 창펑 CEO에 18개월 징역형을 구형할 예정이었다.

자오 CEO는 유죄 인정 계약 조건에 따라 바이낸스 관리에 관여할 수 없어 사임하기로 했다. 그는 자오 CEO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는 실수했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리차드 텅 미국 외 지역 사장이 자신의 뒤를 이어 CEO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바이낸스는 벌금 부과에 합의하고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또 미 재무부 산하 핀센의 모니터링을 받고 제재를 준수하기로 약속하고, 미 재무부가 향후 5년 동안 바이낸스의 회계 장부 등을 열람하도록 허용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테러단체가 대량살상무기(WMD) 확보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단속을 강화해 왔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번 바이낸스와의 합의는 더 넓게는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어디에 있는 어느 기관이든 미국 금융체계의 혜택을 받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 외국 적대세력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하는 규정을 따르거나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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