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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지역은행들 “SVB 사태로 예금경쟁 가열…수익성 악화 전망”

방성훈 기자I 2023.04.21 10:34:30

1분기 실적공개한 12개 은행, 올 수익 전망 하향조정
SVB 붕괴 후폭풍…1분기 전체 은행 인출액 796조원
"고객 붙들려면 예금금리 올릴수밖에 없어" 한목소리
이자 지급액 늘수록 대출 여력↓…"예상 수익 제한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중소형 지역 은행들이 올해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막긴 했지만, 고객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선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2개 미 중형 은행 경영진들은 “SVB 붕괴에 따른 은행권 혼란이 예금 경쟁을 심화시켜 예금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예상 수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이는 1년 전에 은행 경영진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금리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이었던 만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예금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지 않고 대출 금리를 인상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SVB 붕괴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하는 등 은행권 혼란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대부분의 중소형 지역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은행 고객들의 두려움은 연준의 급격한 긴축, 인플레이션 지속 등에 따른 경기침체 전망과 맞물려 자금이동을 가속화했다.

인출된 돈은 대형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흘러들어갔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은행에서 인출된 돈은 약 6000억달러(약 796조원)로 집계됐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4대 대형은행이 전체 예금의 약 45%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출액은 10% 미만에 그쳤다.

전반적인 중형 은행들의 상황이 악화했지만 일부는 예상보다 양호했다. 각각 2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피프스서드, 헌팅턴, 키뱅크 등의 인출액은 전체 예금의 3% 미만이었다. 반면 소형 은행들의 상황은 심각했다. 이글뱅크는 올해 1분기에 전체 예금의 14%에 해당하는 13억달러(약 1조 7200억원)가 줄었고, 코메리카은행도 같은 기간 예금이 9%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 은행이 고객 이탈을 막으려면 높은 예금금리로 유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더 많은 비용을 이자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위한 운용 자금이 줄어 이에 따른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중형은행인 키뱅크는 올해 1분기 예금 이자를 지급하는데 3억 5000만달러(약 4640억원)를 썼다. 1년전 1400만달러(약 186억원) 대비 2400% 폭증한 금액이다.

미 15대 자산규모 시티즌스 파이낸셜그룹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들에게 “예금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 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절반 가량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브루스 반 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우리는 계속 성장하겠지만 연초에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은행 트루이스트 파이낸셜도 올해 매출 성장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이 회사의 마이크 맥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반적으로 높아진 예금금리 및 자금조달 비용을 감안하면 대출을 통한 순이자 소득 전망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피프스서드, 자이온스 등 다른 지역 은행들도 올해 남은 기간의 대출 수익 전망을 낮췄다.

다음주엔 뱅크런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여겨지는 퍼스트리퍼블릭과 팩웨스트뱅크가 1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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