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더 커진 촛불과 태극기…탄핵 '인용 VS 무효'· 특검 '연장 Vs 해체' 격돌

김보영 기자I 2017.02.18 21:18:33

촛불 "탄핵 지연 어림없어"…특검연장·조기탄핵 촉구
이재용 구속 끝아냐, 다른 재벌 총수도 처벌해야
탄기국 "국정농단 사태는 고영태 주도"
'국민저항운동본부' 발족해 탄핵 막을 것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1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특검 연장’ ‘조기 탄핵’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유현욱 기자] 주말 광장은 어김없이 둘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탄핵인용과 특검연장, 박근혜 구속을 요구하는 구호가, 광장의 다른 한쪽은 탄핵무효, 고영태 구속, 특검해체를 요구하는 태극기 행렬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후 첫 주말인 18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과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가 주말 서울 도심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경찰이 세운 차벽을 사이에 두고 서울 세종대로 왕복 10~18차선의 도로의 남과 북으로 나뉘어 탄핵 찬반 세결집에 나섰다.

◇16차 촛불 “탄핵 지연 어림없어”…“이재용 구속 끝 아냐”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 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절기상 우수(雨水)인 이날 갑작스런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오후 9시 기준 84만 5000명(서울 80만명·지역 4만 500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헌재의 조속한 탄핵 인용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한편 최근 여야 4당이 헌재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정치권은 민심에 승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은 구속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지고 법 앞의 평등을 실현했지만, 헌정 유린을 비호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탄핵심판이 더는 지연돼서는 안 되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인용여부에 대한 최종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3월 13일) 전에 내려질 게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조기 탄핵 촉구에 힘을 보태려는 시민들이 대거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호루라기를 목에 건 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집회에 참여한 이명진(36·여)·김기웅(42)씨 부부는 “충북 청주에서 왔는데 벼르고 별러 숙소까지 예약한 뒤 동참했다”며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됐고 헌재에서 조만간 탄핵 결판이 날 것 같아 촛불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첫 주말 집회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나영(24·여)씨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긴 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이 안 된다고 했지만 국민의 힘으로 특검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게 활동 기간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집회에 이어 오후 7시 30분쯤 소등 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박근혜 퇴진·국정농단 공범 구속 처벌’을 위해 오는 25일과 3월 1일에도 촛불을 들 것을 결의하는 ‘광화문 촛불 결의’도 낭독했다.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면 3개 경로, 헌재 방면 2개 경로, SK 등 대기업 사옥이 있는 종로 등 6개 경로로 행진이 시작됐다. 청와대 방면에서 즉각 퇴진, 헌재 방면에서는 신속한 탄핵을 촉구했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린동 SK본사 앞에서는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차·SK·롯데 등 다른 재벌총수들도 뇌물죄로 구속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오후 서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만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기국 “국정농단 주역은 고영태”…‘국민저항운동본부’ 발족

촛불 집회에 앞서 보수단체들은 ‘맞불 집회’를 열고 탄핵 기각과 국회 해산, 특검 해체를 촉구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3차 탄핵반대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250만명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고영태 전 더블루K가 주도한 게이트라 주장한 뒤 고 전 이사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며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한 특검을 비난했다.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은 “형편없는 특검과 쓰레기 언론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자”며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에 나가지 마라”고 촉구했다. 앞서 공개한 특별 선언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저항권에 따라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한다”며 “그동안 평화적인 방법을 고수했지만 이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천명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국정농단 세력의 권력 서열 1위는 고영태이며 2위는 선동 언론”이라며 “다음은 검찰과 국회다. 특검은 고영태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고영태 일당과 대한민국을 망치려고 작당한 반란세력이 국정농단 사태를 주도했다”며 “검찰과 언론이 이에 편승하고 있으니 이들 공모 세력을 처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집회를 마친 이들은 오후 3시 50분쯤 대한문을 출발해 남대문과 한국은행, 명동역,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돌아오는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비슷한 시각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탄핵기각! 태극기애국집회!’를 개최했다. 이들 역시 탄핵 기각과 고영태 일당 즉각 구속, 특검 해체를 촉구했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는 이 자리에서 “박영수 특검이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고영태 의혹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운동 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는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으려 구속하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 목사는 이어 “다음주까지 500만명이 동참한 서명운동을 벌여 이 부회장 구속을 되돌리고 박 대통령 탄핵을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 190개 중대 1만 50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집회 관리에 나섰다.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 안민석 “이재용 구속 이끈 노승일 부장을 도와주세요” - 최순실 "대통령도 바뀌었으니 의혹 말고 제대로 밝혀달라" - 특검, '의료농단' 김영재 원장 징역 2년6월 구형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