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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미국 보스턴 스톤햄극장. 흑인배우가 날이 어두워져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다 늪에 빠졌다. 그는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난 괜찮아요, 아버지. 눈을 뜨면 파란 하늘이 보일 거예요.” 라틴계 여배우는 성난 바다를 잠재우기 위한 제물이 돼 바다에 몸을 던졌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딸이 부르는 ‘내가 작별하는 법’이란 노래가 구슬프다. 영어로 된 가사에는 딸이 죽기 전 아버지가 좋아하는 옷에 떨어진 단추까지 달아놓는 내용까지 담겼다.
딱 ‘효녀 심청’ 얘기다. 작곡가 김혜영과 미국 뉴욕대 대학원 출신 외국인들이 심청을 소재로 만든 뮤지컬 ‘선피쉬’다.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김씨는 “공연을 보며 우는 외국인 관객들이 인상깊었다”며 놀라워 했다. ‘선피쉬’는 현지 관객들의 호응 덕에 지난해 ‘BWW 보스턴 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중극장 부문)을 수상했다. 15일부터 열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개막작으로도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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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관객은 뜻밖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젊은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한국적 색을 강조하기보다 무대를 다문화의 세계로 재창조한 덕도 크다. 김씨는 “가족애란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을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K스토리를 활용한 뮤지컬의 해외 시장성은 어떨까.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스쿨 책임교수는 “미국에서는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K스토리를 잘 다듬어 현지에 내놓는다면 관객의 호응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제작사 손성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스토리 소재가 아시아국가의 보편적 정서라 아시아관객들의 거부감은 크게 없다”고 봤다. ‘해를 품은 달’은 12월 일본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