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통제선 '무색', 하천공원도 '북적'…방역 틈 찾는 시민들

이용성 기자I 2020.09.13 16:39:21

'통제선 무시' 한강·하천·공원 등으로 사람 몰려
길거리·계단·정류장에도 '술판’
전문가 "시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방역에 동참해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후 9시 이후 음식점·술집 심지어 한강공원까지 통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방역의 틈’을 찾아 모이고 있다. 공원 등 야외공간은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스스로 방역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12일 밤 시민들이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의 설치된 통제선을 넘어 벤치나 계단 등에 앉아 취식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비가 내리다 잠시 그친 12일 밤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는 선선한 날씨를 즐기러 외출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갈 곳 잃은 시민들이 한강공원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 지난 8일부터 여의도·뚝섬·반포 등 한강공원 내 일부에는 통제선이 설치됐다. 그러나 설치된 통제선이 무색하게 여전히 사람들은 통제선을 넘나들며 서울의 밤을 즐겼다.

한강에 나온 사람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중 일부는 벤치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돗자리를 펴놓고 음주를 즐겼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행들과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바닥에 침을 뱉는 행위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도림천, 불광천 등 동네 하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말을 앞둔 지난 11일 밤 서울 관악구의 도림천 인근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선 설치된 통제선이 무색하게도 밤 9시가 지나자 하천을 따라 음식을 싸들고 온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11일 밤 서울 성동구의 한 정류장 앞에 시민들이 모여 음식 등을 취식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이뿐만 아니라 동네 공원이나 계단 심지어 정류장 벤치까지 앉을 수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싸들고 와 회식을 즐겼다. 공원 정자에서 맥주를 마시던 A(27)씨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왔다”며 “한 캔만 마시고 바로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뚝섬 한강공원 근처에서 거주하는 박모(44)씨는 “정부에서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모두가 좀만 참아야 하는데 너무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구 주민 김모(30)씨는 “사람들이 모여서 술 먹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거리두기 2단계· 2.5단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원 등 야외공간은 지자체 관리요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계도하지만, 모든 지역을 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의 수준이 높아지면 전파가 줄어들고, 완화되면 늘어나는 반복적인 현상은 우리 사회가 이미 경험했다”며 “시민들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판단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이어져 온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조정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다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방역당국은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아직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오는 9월 28일부터 2주간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하고 전국적으로 강력한 방역강화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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