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목사들은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내년에 과세를 시행하면 엄청난 마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는 강한 반발을 확인한 채 끝났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하반기부터 국세청과 함께 교단별로 간담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는 종교인들의 ‘조세 저항’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49년 묵은 ‘종교인 과세’ 논의, 김진표 “2년 더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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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소득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과세를 하자”며 불을 다시 지폈다. 이듬해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과세 대상의 소득을 파악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2015년 12월에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결과 목사·스님 등도 소득세를 내게 됐다. 당시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종교인 23만명 중 4만6000명(20%)이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과세 시점은 2018년 1월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침례교회 장로), 문재인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의원이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2년 더 과세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김 의원은 임기 5년의 국정과제를 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시행하면) 불 보듯 각종 갈등,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며 시행유예를 재차 주장했다. 이어 종교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과세에 반발했다.
◇종교계 “무소유인데 웬 세금? 사이비 교단 세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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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종교인 소득’을 어디까지 볼 지다. 소득세법(21조)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 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을 뜻한다. 소득세법 시행령(41조)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비영리 법인에 소속돼 얻은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이에 그는 “무당, 암자 등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소규모 교단이나 단체가 너무나 많은데 불과 6개월 만에 과세하는 등록 절차를 다 할 수 있나”라며 “복채, 사례비 등 다양한 형태의 종교인 소득이 있는데 어디까지를 과세 대상 소득의 범위로 볼지 애매하다. 불교는 ‘무소유’라서 소득 개념이 없고 기독교의 ‘사례비’는 목사들의 생활비”라고 말했다.
둘째, 유사 종교 문제다. 그는 “이단, 사이비 종교가 많은데 이들이 소득세를 낸 뒤 정통성을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며 “정부는 세금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납세 여부를 놓고 정통성 논란이 벌어지면 종교 내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셋째, 의견수렴 부족 문제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국민들과만 불통이 된 게 아니다. 청와대가 종교계와 국가 의제를 제대로 논의한 적 없고 7대 종단끼리도 과세 관련해 합의한 게 없다”며 “이후 지난해 탄핵 정국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이 흘러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수입·지출 투명하게 되니까 반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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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종교 활동으로 버는 돈이 있다면 양심적으로 모두 신고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매달 일정 금액을 받으면 근로소득”이라며 “돈을 받은 게 있으면 세무서를 찾아가 성실히 신고하면 된다. 신고 매뉴얼도 이미 갖춰져 있어 어려운 게 없다”고 말했다.
둘째, 세금을 내는 것과 이단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반론이다. 홍 교수는 “종교법인은 허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에 따라 자유롭게 설립하고 조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면 된다”며 “종교계에서 이단으로 지목된 어떤 종교가 세금을 내더라도 합법 단체나 정통 단체가 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셋째, 이미 의견 수렴은 충분히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국회, 기재부 등이 수차례 종교계 의견 수렴을 거쳐 재작년에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라며 “직장인들은 돈을 버는 즉시 세금이 매겨진다.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만 유독 수십 년간 준비하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종교인들이 과세에 반발하는 진짜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홍 교수는 “종교인들이 과세에 부정적인 이유는 자신의 모든 거래내역이 드러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며 “종교인 과세는 세수 확보 차원이기보다는 투명한 공평과세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도 “종교인에 대한 과세 예외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라며 “수억원씩 연봉을 받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세금을 내야 하는데다 수입·지출이 투명해지기 때문에 (세무조사 등에 거부감이 있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고심 “고려할 요인 많아 종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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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당국인 기재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동 제도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지난 7일 청문회에선 종교인 과세에 대해 “세정당국 입장에서는 내년에 시행하기로 돼 준비하고 있지만 여러 고려할 요인이 많아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기재부가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기재부 24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24시간 면밀히 살펴보고 예산·세금·재정 등 딱딱한 경제정책을 풀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 기사입니다.
[기재부 24시]①경유세 인상론 꿈틀..제2 담뱃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