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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전력산업은 발전·송배전·판매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전은 이중 송배전과 판매를 영위하고 있다. 발전 분야는 한전의 발전자회사들과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 민간발전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발전사들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고, 한전은 이를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전은 한 해 매출이 60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이자, 국내 전력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때문에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보급속도도 이전과 달리 급속도로 빨라질 수 있다. 소규모 민간사업자들만으로 추진이 어려운 대규모 신재행 발전사업에 한전이 진출하면 보다 효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기존 발전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한국동서·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는 노조위원장들이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전기사업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1인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현재도 한전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신재생 발전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을 직접하게 된다면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자체적으로 신재생 발전사업을 하면 재무상태 개선에 도움이 되고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완화할 수 있어 혜택이 높다”는 입장이다.
민간발전업계도 속을 끓이고 있다. 현재 민간발전업체들은 총 발전량의 6%를 신재생 발전으로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이행 차원에서 신재생 발전사업을 일부만 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과는 큰 영향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내 민간발전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잠재성 있는 신재생 발전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은 향후 민간발전업체들의 사업 확대 여부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신재생 발전사업을 위한 부지개발, 사업권 경쟁입찰 등에서 거대 사업자인 한전이 나선다면 민간발전업계는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민간발전업체 A사 관계자는 “신재생 발전사업 개발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송전설비를 확보해 전력계통에 연계하는 것인데, 한전은 송배전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만큼 공정한 시장 경쟁여건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전에 모든 것을 맞출 수 밖에 없는 민간발전업계로선 사실상 신재생 발전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민간발전업체 관계자도 “과거 2000년대 초 전력산업을 발전·송배전·판매 등으로 나눈 구조개편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어느 누가 한전과 대놓고 경쟁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발전업계는 전력을 팔아야하는 한전에게 대놓고 반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데다, 자칫 자체 이익을 위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기조에 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아직 공식적으로 반발을 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한동안 법 통과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내에서도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찬반여부가 크게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법 통과가 가시화될 경우 민간업계 의견 등이 개진돼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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