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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부모, 10대 성소수자 자녀 유방절제술 금지 소송서 패소

이재은 기자I 2023.11.27 10:47:33

자녀 “부모에게 지속적 정서학대 당해”
지난해 11월 집 나온 뒤 보호소서 생활
부모, 법정서 “자녀 정신질환자” 주장
法 “부모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성소수자인 10대 자녀를 둔 영국 부모가 자식의 유방 절제술을 막아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런던고등법원은 17세 자녀의 유방 절제술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며 부모가 제기한 소송에서 자녀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자녀의 성적 지향이 정신 질환의 증상이며 그가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릴 능력이 부족하고 정신 건강 문제로 가족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녀에게 조울증이 있다고 덧붙였다.

약 14년 전 영국에 온 이들은 고국의 정신과 전문의가 작성한 한 줄짜리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진단서에는 자녀에게 분열성 인격 장애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17세 청소년은 자신이 11살에 성 정체성을 깨닫고 비이분법적 성향을 보였지만 성소수자가 사악하다고 믿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모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부모로부터 계속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부모는 트랜스젠더로서의 정체성은 제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고, 저를 향해 끊임없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 청소년은 부모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집을 나와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이 청소년이 밝고 강한 마음씨를 가졌으며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좋다고 설명했다.

판사는 이 청소년이 정신질환을 잃고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부모가 자녀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했고 보디 피어싱과 가슴 바인더를 자해의 한 형태라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청소년이 지난해 8월과 9월 참여하도록 강요받은 한 치료는 정부가 불법화할 예정인 (성 정체성에 대한) ‘전환 치료’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판사는 현재 17세인 자녀는 곧 성인인 18세가 되므로 스스로 성 정체성 확인 치료에 동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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