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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값 개편 설득 나선 정부…"원유쿼터 감축 않고 소위 설치해 의견수렴"

이명철 기자I 2022.02.02 16:39:36

농식품부, 낙농산업 개선방안 수정…차등가격제 점진 적용
"당장 증산 어려움 반영…농가 판매수입 1500억 늘어날 것"
"소위서 원유구매물량·가격 결정…이사회 개편은 계획대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우유가격 결정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가 낙농업계와 소통에 나섰다. 우유 원료가 되는 원유를 용도별로 나눠 가공용은 공급가를 낮추는 차등가격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용도별 물량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된 낙농진흥위원회는 의사결정 구조 개편 방침은 유지하되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생산자 측 의견을 반영토록 했다.

“음용유 생산량 유지하면서 가공유 늘릴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유가공 업계와 실무협의 결과와 생산자단체 주장, 원유 생산 결과·전망을 반영해 이 같은 내용의 낙농산업 제도 개선 방안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2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용도별 가격차등제 도입과 낙농진흥회 개편 등을 담은 낙농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낙농업계 등 생산자단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며 반발했고 지역 설명회가 무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정부가 업계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에 따르면 우선 용도별 가격차등제는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간다. 현재 원유 ℓ당 가격은 용도 구분 없이 쿼터물량은 1100원, 쿼터 외 물량은 100원을 적용 중이다. 개선안은 앞으로 음용유를 ℓ당 1100원을 유지해 187만t을 공급하고 가공유는 이보다 낮은 ℓ당 900원에 31만t을 공급키로 했다. 쿼터 외 물량은 4만t을 유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농가가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 작년도 생산량과 올해 생산 전망 등을 고려해 용도별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안을 새로 제시했다.

낙농진흥회 집계 결과를 보면 작년 생산량은 총 203만t이고 ℓ당 1100원 수준의 정상가로 198만t, 100원 수준의 초과유 가격으로 5만t이 구매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제도 아래 올해 원유 생산량 전망치는 195만t이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첫해 음용유 190만t과 가공유 20만t을 적용하고 ℓ당 가격은 각각 1100, 800원을 적용할 계획이다. ℓ당 800원의 가공유 가격으로는 수입산과 경쟁이 어려운 만큼 유업체에는 정부 지원을 통해 600원 수준에 공급한다. 2년차는 음용유 185만t·가공유 30만t 톤, 3년차 음용유 180만t·가공유 40만t 등 용도별 물량을 적용해나가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번 수정안은 농가 소득이 줄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반영했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수정안을 적용한 첫 해와 현재 제도를 비교하면 음용유 생산량은 190만t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공유 생산은 증가하면서 농가 판매 수입이 1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우유 생산 및 소비 변화. (이미지=농식품부)


농식품부 관계자는 “쿼터 감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또 강제로 감축할 권한도 없다”며 “현재 유통되는 쿼터량 222만t은 지금처럼 거래할 수 있고 농식품부는 쿼터와 무관하게 생산량을 늘려가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설명회 등 생산자 지속 협의 추진”

낙농진흥회는 현재 이사회 구성인원이 15인인데 이 중 생산자대표가 7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현재 정관은 이사 3분의 2 이상인 10명 이상 참석해야 이사회를 열 수 있는데 이견이 생겨 생산자 측 7명이 반대할 경우 개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정부·학계·소비자대표 측 이사를 각각 1인에서 3인으로 늘리고 변호사·회계사를 각각 1인 추가해 총 23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사회 개의 조건은 삭제하고 출선 인원 과반수인 의결 조건을 재적인원 과반수로 바꾸기로 했다.

낙농진흥회 개편 방안은 이사회에 중립적 인사 비중을 높여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원활하게 조정하자는 취지였지만 생산자단체 측은 생산자대표 교섭권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원유 구매물량과 가격 결정은 별도 소위원회를 운영해 이곳에서 결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방식의 대안을 마련했다. 소위원회는 생산자 3인, 유업체 3인, 정부 1인, 학계 1인, 낙농진흥회 1인으로 구성토록 했다.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는 당초 안대로 개편할 방침이다.

소위원회는 거래 당사자인 생산자와 유업체 간 협상을 기본으로 중개기관인 낙농진흥회와 전문성 있게 조언할 학계가 조율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정부는 경제 여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생산농가 피해나 유업체 손실에 대한 재정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인위적인 가격 결정 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수정안을 통해 온라인 설명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소통을 열고 생산자단체와도 지속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정안이 법과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낙농진흥회 이사회와 총회에서 논의하도록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농식품부가 인가한 낙농진흥회 정관 제31조(이사회 의결방법) 인가 철회를 사전 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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