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악이라는 대통령 때문에..터키, 15% 물가상승에도 금리 동결

최정희 기자I 2021.04.16 10:11:54

샤합 카브즈오을루 총재 취임 이후 첫 금리 결정
긴축 신호 없앴다..리라화 폭락 불가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9%로 동결했다. 15%의 물가상승률, 폭락하는 리라화 등을 무시하고 고금리는 ‘악’이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조치다.

1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샤합 카브즈오을루 총재 취임 이후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9%로 유지키로 했다. 3월 물가상승률이 15%에 달함에 따라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이날 터키 중앙은행은 비둘기파 (물가보다 경제성장 더 걱정) 모습을 보였다. 이는 리라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고 외환보유액 감소,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번 통화정책회의는 금리를 올렸다는 이유로 취임 넉 달 만에 경질된 나지 아발 총재 퇴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선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CNBC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일반적인 경제적 사고와 달리 금리가 ‘악’이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더 유발시킨다고 생각한다.

터키 중앙은행의 기행적인 통화정책 결정에 따라 리라화 가치는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라화는 지난달 22일 하루에만 16% 하락했다. 이날은 대통령이 나지 아발 총재를 해임한 날이다. 이날 금리 결정 이후에도 달러-리라는 8.15로 통화정책 결정 전 8.07보다 상승했다.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떨어졌단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봤지만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 따른 긴축 신호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거딤에 따라 조기 금리 인하 또는 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4월 인플레이션은 전년동월대비 18%로 상승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새로운 금리 환경 속에서 리라화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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