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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상장 `중이 제머리 깎을 수 있나`

류의성 기자I 2005.12.14 14:08:49

동북아 금융허브 도약..명분은 좋지만
투명성 공익성 확보 여부가 상장의 관건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2006년 상장을 목표로 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상장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증권선물거래소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증권선물거래소는 ▲시장 감시관리기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및 지배구조를 향상하며 ▲KRX 공익기금을 설립할 예정이며, 공모는 100% 무상증자와 증자주식의 구주 매출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선물거래소가 성공적인 상장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공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키는 것.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자신도 "KRX 상장은 거래소의 `공익기능`과 주식회사로서의 `영리성`이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증권선물거래소내에 시장감시본부가 쥐고 있다.

◇시장감시본부가 핵심

시장감시본부의 역할은 이상거래 심리와 회원 감리, 각 시장별 연계 감시에 따른 징계를 결정하는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상장 이후 시장감시본부가 어떤 위상을 가지고 이러한 본래 기능을 어떻게 수행할 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6월 KRX가 바이오와 인수합병 등 이상급등 테마주를 대상으로 특별심리에 착수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별심리에 착수하면서 코스닥거래가 급감했었다"며 "거래가 줄면 KRX의 수입도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은 주식회사 KRX로서 달가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게 되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고 KRX 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감시기능을 소홀히 한다면 거래소의 공익기능에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시장감시본부를 KRX 조직내에 두되, 각 시장본부와는 별도의 조직으로 재편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시장감시본부는 눈치를 보지 않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선물시장의 감시관리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시장감시본부 위상 및 기능에 있어서 독립성 확보가 상장의 가장 큰 변수며, 시장감시본부 예산문제와 인사권을 독립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중립적인 시장감시를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해외 거래소는 어떻게?

주요 해외 상장거래소는 나스닥(NASDAQ)과 토론토증권거래소(TSX)만이 시장감시 기능을 분리했고 유로넥스트와 런던증권거래소 동경증권거래소 등 나머지 거래소는 시장감시기능을 독립성을 강화해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경우 독립이사회 아래 규제감시 및 규제예산위원회를 설치했으며 CRO(Chief Regulatory Officer)를 신설해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 NYSE는 지주회사 형태로 이사회를 별도로 둬 독립성을 강화했고, 미국이나 일본 증권사의 경우 시장에 대한 1차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비중이 높아 증권사가 개입할 여지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좁다"고 지적하고 "시장감시기능이 KRX의 중요한 핵심기능인 만큼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 불공정거래 규제할 수 있나

KRX 상장에 대해 이밖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과연 중이 제머리 깎을 수 있을까. KRX는 주식이 거래될 때 KRX주식 자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규제방안도 해결해야한다.

유일시장인 KRX의 경영부진과 도산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하며 주식회사로 바뀔 경우 고용안정과 구조조정 문제도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또 IPO시 이익 처리 문제도 명확히 해야하며,영리법인화한 거래소의 공익성 담보방안도 고민해야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투명한 회계가 노출되고 증권사가 주주 자격으로 의결권이나 배당 등 주주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 KRX가 불성실공시 등을 했을 때 시장의 중개자로 공정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여러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있으나 우리나라는 유일 거래소라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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