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퀀텀에너지) 등 국내 연구진들이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를 개발했다고 ‘아카이브(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공개해 전 세계에서 연구결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상온·상압이란 가열하거나 냉각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기온이나 압력을 의미한다. 만약 이런 물질이 개발됐다면,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 속의 둥둥 떠다니는 바위산 같은 게 현실화된다.
연구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김현탁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시편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 곳이 많다”면서 “논문 진위를 놓고 (국내외 학계에서) 검증 작업을 하는 가운데 ‘LK-99’가 초전도체라는 사실은 여러 측정값을 통해 확인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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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을 의미한다.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어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거나 초전도 모터를 탑재해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영하 200도가량에서만 이론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는데, 퀀텀에너지가 지난달 내놓은 논문에는 상온은 물론 상압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현탁 교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MIT(금속-절연체 전이) 현상과 초전도 관련 연구를 해온 이론물리학자다. 이번 논문 발표 과정에서 퀀텀에너지연구소 등과 협업해 ‘LK-99’에 대해 실험을 통한 검증 작업을 했다.
이번 논문이 진짜로 판명난다면 사회적 파장이 클 수 밖에 없어 전 세계 대학, 연구기관 연구실에서는 샘플 재현과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연구 결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4일(현지시각)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LK-99를 재현하려는 초기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학계에서는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라고 부정적인 학계 반응을 소개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역시 1차 검증위원회 발표를 통해 “현재까지 보고된 이론 연구 논문들은 LK-99에서(상압·상온) 초전도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남서대 등 연구팀에서도 LK-99 재현을 하고 있지만, 상온 초전도성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초기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퀀텀에너지측은 개발한 물질이 초전도체라는 입장이다. 김현탁 교수에 따르면 (LK-99의 초전도 현상은) 저항체로 관측했고, 임계온도(액화가 가능한 최고 온도)가 연속되지 않은 점프 현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화율(외부에서 걸어준 자기장에 의해 물질의 자기 분극이 생기는 정도)도 음(-) 값으로 나타나 초전도 현상의 특성을 나타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상온 자화율이 우수한 샘플은 그라파이트(흑연)보다 5450배 크고, 나쁜 샘플 보다 23배 정도 큰데 이 같은 현상은 초전도체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면서 “공중부양 특성도 함께 확인했다. 이것만 봐도 (초전도체임을 입증할 근거는)충분하다”고 밝혔다.
퀀텀에너지 등은 앞으로 미국물리학회 등을 통해 논문에 대한 검증을 받을 계획이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을 마무리 하기 위해 국가, 투자기관, 국책 연구소 등에서 지원해주기를 기대했다.
김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를 이용한 미래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내년 3월에 있을 미국물리학회 발표에 앞서 10월께 내놓을 논문 초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퀀텀에너지연구소 같은) 작은 회사에 의존하지 말고, 자금이 풍부한 그룹이나 국가 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김현탁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는
△부산대 물리학과 학사 △서울대 물리학과 석사 △일본 쯔쿠바대 물리학 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MIT 창의연구실장, 연구전문위원 △특허청 세종대왕상 △특허청 발명대왕상 △현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