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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에 “20살 차이 동료와 사귀라”…법원 '성희롱' 판단 이유

강소영 기자I 2023.05.08 09:57:3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신입사원에 20살 차이 나이 많은 동료와 사귀라고 강요한 회사 상사에 법원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놔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이원중 김양훈 윤웅기 부장판사)는 국내 한 대기업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 이어 회사 내 징계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2021년 A씨는 부서장이던 B씨 등 상사 3명과 점심을 함께했다. A씨는 2020년에 입사해 근무 4개월 차였고, B씨는 근속연수 25년 된 간부였다.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마주한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 상사가 A씨에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고, A씨가 이에 대답하자 B씨는 타 부서에 근무하는 20세가량 나이가 많은 미혼 남성 C씨의 이름을 꺼내 들었다. 이어 B씨는 A씨에 “치킨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A씨가 “좋아한다”고 말하자 C씨와 “잘 맞겠다”고 했다. 곧바로 A씨가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거 같다”고 받아치자, B씨는 “그 친구 돈 많다. 그래도 안되냐”며 두 사람의 만남을 재차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해당 사건은 사내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공론화됐고, B씨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결국 회사 측은 인사 조처를 통해 두 사람을 분리했고, B씨에게 근신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이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의 발언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상사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유다.

A씨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를 개의치 않고 돈이 많은 남성은 나이·성격·환경·외모 등에 관계 없이 훨씬 젊은 여성과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재판부는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대한 농담일 뿐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상에 명시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도 성희롱 판단 기준 예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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