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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명세서 미지급 여전…불법 방치하는 노동부

이소현 기자I 2022.05.22 16:29:05

의무화 6개월간 미지급 신고 554건
과태료 부과 단 4건…0.8% 불과
직장갑질119 "엄정한 법 집행 필요"

[이데일리 이소현 이수빈 기자] 임금명세서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신고가 들어온 사업장 중 고용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한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2일 직장갑질119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노동부가 접수한 위반 건수는 55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단 4개 회사(0.8%)만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따라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거나 허위, 부실로 작성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할 수 있다. 정부는 교부 의무 위반 시 노동자 1인당 1차에 30만원, 2차 5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직원 수가 아닌 ‘신고인’ 기준으로 책정해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개별 근로자에게 교부 의무가 있으므로 위반 대상 근로자 1인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직장갑질119는 “신고인이 1명인 3개 사업장은 각 30만원, 2명이 신고한 1개 사업장은 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며 “임금명세서는 모든 직원에게 주지 않았는데, 과태료는 신고인 1명 기준으로 부과해 노동부가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과태료 부과는 4건(0.8%)뿐이었지만 노동부가 시정지시를 통해 권리구제를 한 사례는 223건(43.3%)이었다. 조사 결과 위반 없음, 각하, 취하 등으로 행정 종결된 건은 288건(55.9%)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아직 조사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기업은 십중팔구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등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며 “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임금명세서 지급 위반과 임금체불을 동시에 신고한 후 체불임금이 해결되면 명세서 지급 위반 신고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100인 이상 등 일정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도 임금명세서 교부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한 제보자는 “100명이 넘게 일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월급명세서를 4개월 동안 회사에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데 노동청에 신고하면 제 신원이 드러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전체 신고 554건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227개(41.0%)로 가장 많았고, 5인 이상∼30인 미만이 213개(38.4%)로 그 뒤를 이었으며, 100인 이상은 58개(10.5%), 30인 이상∼100인 미만은 56개(10.1%)로 집계됐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신고 당한 사업장의 0.8%만이 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노동부가 사회에 ‘임금명세서를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노동부는 지금부터라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임금명세서가 제대로 교부될 수 있도록 사업장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영 의원은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 교부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병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노동부를 통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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