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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미국in]2008년 부시는 했고, 2020년 트럼프는 하지 않은 일

이준기 기자I 2020.11.15 15:36:00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車회사 구제금융 손잡은 부시-오바마
코로나 위기에도 불복…부양책 등에 손 놓은 트럼프-바이든

조지 W 부시(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자동차회사들이 망하게 내버려두는 건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들 업체의 파산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에게 고통스러운 충격을 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었던 2008년 12월19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파산 위기에 몰린 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최대 174억달러의 구제법안을 발표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미 ‘레임덕’ 상태였다.

6950만표라는 역사상 최다 득표를 얻은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화당의 부시·민주당의 오바마는 정권 교체기 그렇게 힘을 합쳤다.

전례 없는 금융위기…힘 합친 대통령-당선인

2008년 대선 이틀 뒤 부시는 오랜 전통에 따라 ‘후임’인 오바마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첫 회동을 했다. 대통령과 당선인 간 최대 이슈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 회생안이었다. 이후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와 오바마 인수위팀은 이들 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함께 마련했다.

CBS 등 미 언론들은 당시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자유시장주의자였던 부시에게 자동차회사들의 구제법안은 그의 신념에 어긋났다. 그러나 부시는 2000년 대선 엘 고어와의 ‘재검표’ 사태로 인수위 및 행정부 출범이 늦어졌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후임인 오바마와 힘을 합쳤다.”

두 사람이 합심한 구제법안은 같은 달 미 상원에서 발목이 잡혔으나 이듬해 3월 구제금융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만은 톡톡히 했다. 당시 자동차 구조조정을 감독한 금융전문가 스티븐 레트너는 자신의 저서 ‘점검(Overhaul)’에서 “부시와 오바마의 구제법안으로 인해 적어도 3월 말까지는 시간을 벌게 됐으며, 이는 우리에게 약간의 숨통을 틔워 줬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정확히 12년 후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다. 미 중앙은행(Fed·연준) 1·2인 자가 이구동성으로 “미 경제는 여전히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며 추가 부양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하는 배경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최근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심화하면 올해 4분기 성장률은 둔화하고 더 나아가 내년 초에도 다소 침체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 부의장과 함께 사실상 ‘2인자’로 통한다.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연 화상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경제가 힘들 것”이라며 “연준과 의회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의회가 시간을 끌지 말고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금가는 코로나 위기…따로 노는 대통령-당선인

그럼에도, 대통령과 당선인은 ‘협력’의 ‘협’ 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불복 의지를 재차 확인하며 ‘대규모 집회’와 ‘소송전’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1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등 대도시에서 트럼프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른바 ‘100만 마가(MAGA) 행진’이다. 트럼프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위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10시께 차량을 타고 프리덤 플라자에 모습을 드러내 손을 흔들었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 4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의 투표 집계와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하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소송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과 달리 줄리아니는 대통령의 소송전이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몇 안 되는 측근 인물 중 하나다. 트럼프가 소송전을 자신 있게 밀어붙이는 배경에 줄리아니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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