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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어디로 가나

좌동욱 기자I 2005.02.02 11:58:03

강온건파, 뚜렷한 대책 없어..역할·위상 약화 가능성
전문가 "노사정 합의 올해 물건너갔다"

[edaily 좌동욱기자] 민주노총의 노사정 복귀시도가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로 잇따라 무산됨에 따라 향후 민노총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내부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민노총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수호 민노총 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의 의사를 표명, 민노총 내부 노선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계내 민노총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민노총, 곪은 상처 터져..강온건파 뚜렷한 대책없어 민노총은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복귀 여부를 둘러싸고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내부 갈등을 보였다. 표면상 내부 갈등은 노사정 복귀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동안 곪았던 상처가 터져나온 것이 사실이다.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온건파는 과거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을 지양하고 노정,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해 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월 출범 초기부터 `사회적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장 조직 중심의 반대론자들은 참여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얻을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대화를 진행해 본 결과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 문제는 온건파와 강경파 모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 현안인 비정규직 관련입법안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등에 대해 민노총의 영향력이 사실상 거의 배제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영향력 급속도로 떨어져 정부 역시 민노총을 과거처럼 대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최근 경총 연찬회에서 "민노총의 노사정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향을 올해안에 매듭짓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정부가 민노총을 노사정위원회에 복귀시키기 위해 애걸했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민노총에 대한 노동자들과 학계의 기대도 상당부분 떨어진 상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민노총이 노동계와 학계로 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학자들이 민노총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 역시 투쟁과 파업에 기초한 노동운동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작년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과 LG칼텍스정유 노조가 제명 혹은 탈퇴 형식으로 민노총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말에는 비정규직 관련입법안 등을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올해 초에는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휴유증 심각..일부 세력 이탈가능성도 이런 조직 내외부 상황이 결국 이 위원장의 사퇴 의사 표명으로 이어졌다. 민노총 내 온건파와 강경파는 현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재신임 문제를 둘러싸고 이 위원장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거세게 충돌할 경우 휴유증은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노총의 내부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지난 90년 이후 노동계의 대변자로 자리잡아 온 민노총이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민노총 내 일부 강경파 세력이 조직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 재신임 될 수도..노사정 합의는 물 건너가 민노총이 중앙위원회를 개최할 경우 현 집행부가 재신임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민노총 내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강경론자들이 소수인데다 뚜렷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대의원 대회에서 강경론자들은 고의로 회의 진행을 저지하고 신나를 뿌리는 등 폭력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폭력을 주도한 세력이 민노총 대의원이 아닌 민노총 내 비공식 조직으로 알려지고 있어 강경론자들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상태다. 하지만 이 위원장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민노총이 참여정부 하에서 일정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고려대 김 교수는 "민노총이 노사정에 복귀하더라도 노사간 주고받을 것이 거의 없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올해 노사정 합의는 물건너 갔다고 보는 입장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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