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워싱턴 시간으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진행된 한미 국방장관회담 관련 소식을 전하며 “정경두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장관은 우리 군대의 준비태세를 보장하기 위해 훈련을 수정(modifying)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들은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고 향후 훈련을 평가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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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매티스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회담 중 북한 문제 해결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차원에서 12월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유예하자고 제의했는데, 이에 대해 정경두 장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조정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다시 제의해 다음날 기회 회담에서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미 국방부 대변인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 부분만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한미 양국간 협의가 끝나지도 않은 사항을 미 국방부 대변인이 먼저 발표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튿날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추가 논의 과정에서 훈련 계획 및 실행 주체인 한미연합사령부와 한국 합동참모본부 등 군 당국에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의 조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정경두 장관은 매티스 장관에게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의 특성을 설명하고 지상군과 달리 꼭 동일한 공간에서 대규모 항공기를 투입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상의 공중임무명령(ATO) 할당과 데이터링크 등을 통해 물리적 공간이나 거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매티스 장관은 이에 공감하면서 담당자에게 한국측 제안 사항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현 시점에선 유예가 아닌 훈련 내용 조정이 정확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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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측이 아직 협의도 끝나지 않은 사안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한미 공군은 10월 첫째 주에도 협조회의를 통해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내실있게 시행하자는데 합의한바 있다. 이에 따라 훈련 유예 제의는 미측의 갑작스런 결정으로 보인다.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북미간 고위급 대화에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한미 공군의 전시 전투력 창출과 연합작전 수행 능력 증진을 위한 대규모 연례 훈련이다. 2016년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 미 항공기는 100여대가 참가했으며, 작년 훈련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F-35A가 동시에 참가하는 등 180여대가 훈련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