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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줌인] 윤종규 회장 KB금융 구원투수 나섰다

김동욱 기자I 2014.11.23 17:20:01

닻 올린 KB금융 윤종규號
인사 청탁 관행 철폐
경영전략 '영업 중심'으로
"지금이 KB재건 골든타임"
지배구조 개선 급선무
LIG손보 인수도 숙제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잇따른 경영진 간 내분과 금융사고로 위기에 빠진 KB금융지주의 구원투수로 윤종규 회장이 나섰다. 내부 출신이 KB금융의 수장이 된 건 윤 회장이 처음이다. 조직 안팎에선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이 KB금융을 거치면서 조직 경쟁력이 크게 퇴보했다는 시각이 많아서다. 최근 회장과 행장의 동반 사퇴를 부른 ‘KB사태’의 근본원인 역시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비롯된 것이다. 금융권은 내부 출신인 윤 회장이 조직을 잘 추슬러 KB금융에 과거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아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신임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공식 취임한 윤 회장 역시 변화를 예고했다. 철저히 영업 중심으로 경영 전략과 제도를 손질하고 그동안 난무하던 인사 청탁 관행은 사라질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혁신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는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더는 청탁으로 인사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도록 평가와 인사제도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처럼 외부 입김에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부에서 최고 경영자를 배출하는 시스템도 조속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번 기회가 KB 재건을 위한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임직원 2만 5000여 명의 거대 금융그룹 ‘KB호(號)’ 이끌게 되면서 조직 안팎의 기대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그가 헤쳐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는 데다 정부기술(IT) 발전으로 금융환경 역시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이를 타개할 경영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KB금융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당장 발등에 놓인 숙제다. 윤 회장은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LIG 손해보험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윤 회장의 바람과 달리 LIG손보가 KB금융 품에 안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KB금융에 LIG손보 인수를 승인해주기 어렵다는 요구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KB금융과 은행의 사외이사들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당국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KB금융은 최근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떨어진 영업력을 만회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KB금융은 잇단 문제로 부침을 겪으면서 영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예금을 총 2조 5000억원(1.3%) 늘렸다. 증가율로 다지면 시중은행 꼴찌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저원가성 예금(수시입출금식 통장)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민은행은 이 부문 부동의 1위였지만 올해 들어 우리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대출 순증액은 5조 1000억원으로 1위 농협(9조 6269억원)에 한참 밀린다. 윤 회장은 “소매금융은 차별화하고 소호(SOHO)와 자산관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내부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능력도 갖춘 데다 인품 역시 뛰어나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김정태 전 행장과 함께 KB를 이끌었다. KB금융의 한 임원은 “앞으로의 길이 물론 험난하긴 하겠지만 CEO가 바뀌면서 내부 분위기도 상당히 희망적으로 바뀌었다”며 “내부 분위기가 바뀌면 결국 고객에게 돌아가는 서비스 수준도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성과도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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