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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 실존 인물…테슬라 주가하락에 6000억 베팅

방성훈 기자I 2021.05.18 09:55:48

서브프라임 예견했던 억만장자 투자자 마이클 버리
테슬라 풋옵션 8001계약 보유…5억 3400만달러 규모
"테슬라, 탄소배출권 수리익에 의존…위험신호" 경고

마이클 버리 (블룸버그TV 캡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역(逆)베팅의 귀재’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CNBC는 17일(현지시간) 버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 그가 1분기말 기준 테슬라 주식 80만 100주, 약 5억 3400만달러(한화 약 6072억원)어치의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월 31일 기준 버리가 소유한 풋옵션은 8001계약이며, 풋옵션 매입 당시 행사가격이나 만기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풋옵션은 주식이나 채권 등을 장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즉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구조다. 버리는 이미 지난해 12월 테슬라에 공매도를 건 사실을 밝혔으며 당시 고공행진하던 테슬라 주가를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버리는 영화 빅쇼트에서 묘사된 것처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가장 먼저 경고한 이들 중 한 명으로 당시 주가 폭락에 베팅해 막대한 부를 얻은 인물이다. 또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1년 전 정확하게 예측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버리는 현재는 삭제된 트윗에서 “테슬라가 수익창출을 위해 규제 크레딧(탄소배출권)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 신호”라고 밝힌 적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기반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면 테슬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사들일 필요가 없어져 이에 따른 수익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PSA)의 합병회사인 스텔란티스는 이달초 “자체적으로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며 “더이상 테슬라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처음 연간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 사업은 적자를 냈지만, 탄소배출권 판매 덕분에 흑자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4억 38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는데, 탄소배출권 판매로 거둔 이익이 5억1800만달러였다. 지난해 4분기에도 2억 7000만달러 순이익을 올렸는데, 탄소배출권 4억 1000만달러어치를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지난해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수익은 총 16억달러로 순이익 7억 2100만 달러의 2배를 넘는다.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을 제외하면 지난해 테슬라는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게다가 테슬라는 최근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내 차량 판매가 부진했고, 부품 부족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또 중국과 미국에서 테슬라 차량 추돌 사고와 관련해 규제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가상화폐 관련 발언들도 테슬라 주가 안정성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CNBC는 진단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740% 급등한 후 올해 들어서는 20% 가량 하락했다. 이날도 장중 4% 이상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인 뒤 2.19%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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