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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자 부엌칼 들고 다가와”…경찰 총에 숨진 한인 유족 ‘울분’

이로원 기자I 2024.05.10 09:49:09

유족 측, 美 검찰에 경찰관 기소 요청
“정신질환 자녀 무자비하게 살해 당해”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으려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충돌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40대 한인 양 모씨의 유족 측이 미 검찰에 해당 경찰관들을 기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씨의 유족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양 씨의 사진.(사진=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양 씨의 부모와 형제 등 유족 2명은 LA한인회관에서 변호인단, LA한인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경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양 씨의 변호사 로버트 시언은 “LA 카운티 지방검사장에게 해당 경찰관들을 기소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연방법에 따른 살인죄와 사법방해죄를 해당 경찰관들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지방검찰이 이들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연방검찰에 연방 범죄에 따라 기소를 요청할 것”이라면서 “가족들은 경찰의 모든 보디캠 증거와 통화 기록,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정신질환이 있는 자녀가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경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으로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LA에 거주해 온 양 씨는 지난 2일 오전 1시쯤 LA 시내 한인타운에 있는 자택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양 씨의 가족은 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던 양 씨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LA 카운티 정신건강국(DMH)에 치료시설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 씨의 집에 도착한 DMH 직원은 양 씨가 시설 이송을 거부하자 경찰에 도움을 구했다.

경찰은 “양 씨의 집 현관문 앞에서 경찰이 왔음을 알린 뒤 문을 열었을 때 집 안 거실에서 양 씨가 부엌칼을 들고 있었으며, 잠시 뒤 경찰관들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 경찰관이 관련된 총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LA 경찰국은 경찰관들이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 등을 검토해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조사 중이다.

양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 씨의 아버지 양 민 씨는 “LA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의 도움을 받기 위해 당국에 연락을 한 것”이라며 “아들이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았고, DMH가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는 경찰이 안전하게 병원으로 가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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