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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방관 속, 특정 건설사 `벌떼 입찰`로 LH공공택지 약 40% 낙찰

이성기 기자I 2022.08.29 10:10:34

文정부 기간(2017년~2021년) 호반 등 5곳, 37% 낙찰
호반(26.8%), 우미(25.3%), 대방(20.8%) 등 순
계열사 통한 IP 물량 공격…공공주택 낙찰로 지속 성장
강민국 "무더기 입찰 참여 제한 등 재발 방지 마련해야"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문재인 정부 기간(2017년~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가운데 40%를 특정 건설사가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토교통부와 LH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LH 공공택지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 등 건설사 5곳이 `벌떼 입찰`로 총 178필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벌떼 입찰`이란 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공공택지 청약은 건설업계에서는 `수퍼 로또`로 불릴 만큼 관심이 높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사진=강민국 의원실)


이들 건설사가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필지를 살펴보면, 호반건설이 18필지(2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우미건설 17필지(25.3%), 대방건설 14필지(20.8%), 중흥건설 11필지(16.4%), 제일건설 7필지(10.4%) 순이다.

호반건설 등이 `벌떼 입찰`을 통해 LH 공공택지 당첨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거느린 계열사를 통한 IP(internet protocol·인터넷에서 해당 컴퓨터의 주소) 물량 공격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와 LH가 최근 3년 간 공공택지 당첨업체 총 1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벌떼 입찰` 특별 점검 주요 적발 내용을 살펴보면 `택지 청약 시 동일 IP 사용 문제와 주요 5대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 수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건설사 직원이 한 개의 컴퓨터에서 자기 계열사로 수십 번 청약을 신청했다는 뜻으로, 계열사 수가 많은 건설사가 유리한 시스템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를 보면 △호반 36개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제일 19개로 총 186개나 된다. 이는 최근 3년 간 LH 공공택지 당첨업체 101곳 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계열사를 통한 IP 물량 공격이라는 기울어진 청약 제도로 공공주택을 낙찰받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들 건설사의 업계 변화 추이를 보면 2021년 기준 호반건설은 업계 순위 13위(2012년 32위)로 성장해 `벌떼 입찰` 건설사 중 순위가 가장 높았고 중흥건설은 17위(2012년 347위)로 순위 상승이 가장 높이 올랐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런 `벌떼 입찰` 업체에 대한 처벌 및 조사 권한이 없어 제도 개선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민국 의원은 “국토부가 수년 간 처벌과 조사 권한이 없다는 변명으로 솜방망이식 제도 개선만 하는 동안 이들 업체는 무한 성장을 했고 건설 시장경제는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LH가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최근 3년 간 당첨업체 101개사 중 81개 업체가 문제가 있다고 국토부에 보고한 만큼 복수 계열사의 무더기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1사 1필지` 등 확실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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