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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년 일하면 사명감 사라진다” 현직 경찰의 의미심장한 글

송혜수 기자I 2021.12.03 10:08:06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최근 발생한 ‘인천 흉기 난동 사건’ 사건 등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경찰청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딱 3년 정도 일하면 사명감은 사라지고 다 똑같아진다”라고 털어놨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지난달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사명감 가진 경찰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로 자신의 회사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거쳐야만 게시판에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작성자 A씨의 근무지는 ‘경찰청’으로 나와 있다.

A씨는 “이 조직은 중앙경찰학교에서 사명감을 갖고 돌아와도 딱 3년 정도 일하면 사라지고 다 똑같아진다”라며 “내부 게시판에 하나하나 올라오는 판례를 보면 적극적으로 사명감을 지니고 일했던 직원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A씨는 실제 판례를 나열했다. 한 경찰이 가게에서 난동 부리던 취객을 제압했는데, 가해자가 다친 데 대해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 등이었다.

A씨는 “가정폭력 현장 신고에 적극적으로 집 안에 들어가 내부를 확인하려던 직원이 뺨을 맞았다. 이에 공무집행 방해죄로 체포했는데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라면서 “이유는 부당한 주거침입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럼 그냥 확인하지 않고 나왔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밖에도 교통 단속 중 신분증을 뺏으려 달려들어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다쳤는데 경찰이 4억 원을 배상하는 판결이 있었으며,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자를 쫓다가 사고 나자 ‘무리한 추격’이라며 징계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A씨는 “(경찰 내부에서) 다음부터 오토바이는 무리하게 추격하다 사고 내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며 “적극적으로 일하다 소송당하면 하나도 보호해 주지 않는 조직”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부당한 경험에 대해 언급했다. A씨는 “나만 해도 불과 며칠 전 ‘술 마셨는데 집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이에 답장하라는 조직을 보고 또 한 번 어이가 없었다”라면서 “이 조직은 정말 각자도생하는 곳”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결국은) 기계처럼 일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 일부 누리꾼들은 “틀린 말 없이 다 맞는 말이다”, “고질적 문제는 윗선부터 고쳐야 한다”, “판사가 범죄 현장을 모른다”, “범죄자 총 쏴서 검거하니 형사 책임은 없지만 민사 책임은 있다고 치료비 물어주라는 판결도 있고, 노래방에서 술 팔고 도우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확인하려 출입한 것도 불법이라고 판결하니 경찰이 뭘 할 수 있겠느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의 주장에 동감했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권한을 준다고 사명감이 살아나진 않는다”, “자업자득이다”,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 건 맞지만 인천에서 범인 두고 도망간 건 옹호할 수 없다”, “정당한 제압이었는지 아니면 제압 후 다른 폭행이 있었는지 전후 사정을 봐야 판결이 과도한가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편 해당 글은 2일 오후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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