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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 列傳]'드론계 애플' 탄생시킨 왕타오의 까칠함

김대웅 기자I 2016.09.25 14:32:06

'드론계 스티브 잡스' 中 DJI 왕타오 CEO
창업 10년만에 세계최대 드론기업·30대 억만장자 등극
"좋아하는 일에 몰두..나는 까칠한 완벽주의자"

왕타오 DJ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왕타오(汪滔) DJI(大疆科技) 최고경영자(CEO)는 완벽주의자다. 스스로 인정하듯 그는 자신의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타인과 교류할 때 많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철두철미한 성격은 한 분야에서 집요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결국 세계최대 드론업체와 30대 억만장자를 탄생시켰다.

◇ 마윈·레이쥔보다 주목받는 중국의 30대 CEO

2006년 중국 선전에서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DJI는 10년 만에 전 세계 민간드론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최대 드론 기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기록했고 기업가치는 무려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우리 안방에 최초의 드론 전용 실내 비행장을 상륙시킨 기업이기도 하다.

DJI의 성공은 IT업계가 여전히 도전정신으로 살아숨쉬는 곳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DJI의 성공 비결은 어찌 보면 특별할 것이 없고 그저 20대 청년들이 모여 밤낮없이 오로지 기술개발에만 매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집요함과 몰입의 정도는 일반 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DJI 연구실에 걸려있는 ‘머리만 가지고 올 것, 감정은 두고’란 문구가 이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왕타오와 그의 동료들은 창업 초기 사무실 책상 옆에 간이침대를 두고 매주 80시간씩 먹고 자며 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0년생인 왕타오는 마윈 알리바바의 회장이나 레이쥔 샤오미 회장보다 더 주목받는 중국의 차세대 기업가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드론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이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상태에서 드론과 같은 차세대 사업은 필수적이다.

이렇다 보니 왕타오와 DJI의 기술개발 능력에 업계의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DJI 제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드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 “남들보다 조금만 더 똑똑하면 된다”

왕타오가 말하는 성공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그는 최근 중국기업가망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질문에 “세상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어리석다. 따라서 남들보다 조금만 똑똑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가 말하는 똑똑함이란 단지 아이큐가 높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바의 본질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유행이나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며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려하기 때문에 힘든 길을 간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저 원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실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그러다 보니 지금이 위치에 오게 됐다는 것이다.

왕타오는 “실천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많이 해결할수록 머리는 더 빨리 트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실천력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왕타오는 어렸을 적부터 학교 공부 대신 모형 비행기 조립에 빠져 살았다.

물론 처음부터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왕타오가 밝혔듯 창업 당시에는 중소기업을 만들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소형 무인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사업의 아이템으로 삼고 개발에 몰두하다보니 진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DJI는 창업 초기 소형 헬기에 카메라를 연결하는 기구를 생산했고 2008년부터는 프로펠러 4개가 달린 드론을 출시했다. 5년 뒤인 2013년에는 카메라가 달린 드론인 ‘팬텀(Phantom)’을 내놓으면서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 팬텀은 부품 조립 없이 상자에서 꺼내 그대로 날릴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드론으로, DJI의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한 제품이다. 왕타오는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드론 업체는 새 모델 생산에 5~6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5~6개월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 고집으로 혁신을 일구다

30대에 ‘드론의 제왕’이 된 왕타오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성격 때문에 동료들과 많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국 언론과 제품 안정성을 두고 설전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중국의 유력매체인 텅쉰커지는 지난 8월 DJI의 드론 제품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며 안전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DJI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고 매체가 재차 반박에 나서는 과정이 이어졌다.

왕타오는 스티브 잡스를 좋아한다면서도 “이 세상에서 나를 진정으로 감탄시킨 인물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을 존경한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런 회장이 “사업을 추진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에만 관심이 있지 자신을 포장해 유명해지는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독선적 리더십을 경계하는 그는 완벽한 리더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존경하는 인물로부터도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린다는 식이다.

그의 드론에 대한 ‘병적인 고집’은 결국 업계의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켰고 포브스는 그를 10대 혁신인물로 선정했다. 자산 228억위안(약 3조7600억원)으로 중국 40세 이하 갑부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막대한 부도 뒤따랐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여전히 드론 기술개발에만 있는 듯하다. 왕타오는 “DJI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일은 모두 무인기 시야와 관련돼 있다”며 “현재 장님 수준인 로보트의 시야를 발전시켜 이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면 응용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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