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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종교 아닌 정치활동, 비기독교인이 왜 따르겠나"

장영락 기자I 2020.08.21 09:06:07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행태에 대해 기독교 원로가 “종교활동이 아닌 정치활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독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2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손 교수는 “참 난처한 그런 활동”이라며 “일반적으로 말해서 종교활동, 기독교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정치활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손 교수는 “사랑제일교회가 감염 확산 원인 혹은 진원지가 된 것에 대해서 우리 기독교가 미안하고 죄송하다”면서도 “이게 종교적인 활동의 결과라고 보지 마시고 아주 극보수 정치활동의 결과라고 봐주셔야 그게 더 정확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가 정치활동을 위해 종교활동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교회 측에서 순교 운운하는 발언이 나온데 대해서도 “순교란 단어를 오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순교라는 건 기독교의 신앙 자체, 또 기독교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리를 수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을 뜻하는데 전광훈씨의 정치적 활동은 엄격한 의미에서 기독교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교수는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 가운데 비기독교인이 상당히 많다”며 “기독교적 정치활동이었다면 비기독교인이 따를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비기독교인들까지 대거 가담하는 집회를 주도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활동이라는 것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그저 전광훈 씨의 독특한 보수 정치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며 전 목사가 종교 활동과는 거리가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손 교수는 전 목사가 정치활동에 뛰어든 배경으로 “한국 교회가 일반적으로 반공전통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손 교수는 “우선 공산주의라는 것이 무신론이고 또 6.25 전쟁 때 기독교인들이 상당히 많이 순교를 당했다”며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정서가 한국 기독교에 뿌리내린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정부가 그들이 보기에는 북한에 대해서 너무 관용적이다, 이건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거다, 거룩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전광훈씨도 그중에 한 사람이고 그가 막말하고 그렇게 하니까 속이 시원하다랄까, 그와 동조하는 사람들은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전 목사가 신문 광고를 통해 적반하장격으로 한국 교회도 정부에 맞설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기독교는 생명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이웃의 생명을 철저히 보호해야 되는 그런 전통이 있고 교리도 그렇다. 이웃의 생명에 위험을 가했다면 이건 전혀 기독교 원칙에 어긋나고 그런 식으로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이 절대로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말로 답했다. 전 목사가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해놓고 하나님을 찾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전 목사의 세력 확장을 기독교계가 방치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아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된다”며 반성의 심경을 내비쳤다. 다만 손 교수는 기독교 주류가 전 목사에 대해 침묵하게 된 이유로 “상대하기 싫다. 이분이 막말을 너무 많이 하고 거칠게 유도하니까 무시하자. 또 하나는 이 분이 워낙 우파적인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을 비판하는 것은 좌파란 뜻이다, 이런 인상을 주는 것”을 들었다.

손 교수는 “저는 그동안 그분 한 번 비판했다가 완전히 용공좌파가 돼 있다”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교계 분위기를 전했다.

손 교수는 이번 집단감염 사태로 전 목사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손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전광훈 씨의 활동은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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