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쏟아지는데, 뉴욕 증시는 왜 계속 오르나[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I 2021.08.16 12:12:12

델타, 인플레 악재에도 美 증시 연일 신고점
월가 기관들, S&P 전망치 3800~4700 혼재
강세론자 "선행 P/E 22배, 이제는 '뉴 노멀'"
전례 없는 기업 생산성이 추가 상승 이끌 것
마이너스 실질금리, 사상 최고치 버핏 지표
"닷컴 열풍 이상 가는 버블" 비관론도 많아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전세계 주가가 이렇게 고공행진 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어떤 악재가 나와도 월가는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일 신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가 예상보다 빠르게 퍼져도, 인플레이션 공포가 닥쳐도, 증시 밸류에이션이 역대급 치솟아도,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지요.

지난 13일(현지시간)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미국 미시건대가 매달 내놓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있는데요. 8월 잠정치가 70.2로 나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탓에 전월(81.2) 대비 11.0포인트(13.5%) 폭락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81.3)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지난해 4월(71.8)보다 낮았습니다. 그런데도 다우 지수와 S&P 지수는 나흘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그 전에 월가 주요 기관들의 전망부터 보겠습니다. 지난주 S&P 지수는 4468.00에 마감했는데요. 올해 연말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이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3800)와 도이치방크(3950)는 4000 이하를 점쳤고요. 씨티(4000), 모건스탠리(4225), RBC(4325), 바클레이즈(4400), UBS(4400) 등은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오펜하이머는 각각 4700으로 월가 내 최고치를 제시했고요. JP모건체이스(4600), 크레디트 스위스(4600), 웰스파고(4500), BMO(4500) 등은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망이 갈리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에 대한 뷰(view)인 듯합니다. 약세장을 점치는 Bof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주식전략 헤드는 “올해 2분기 기업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지난해보다 900% 폭증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을 거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좋은 인플레이션에서 나쁜 인플레이션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인건비, 재료비 상승 등을 강조한 겁니다.

이에 반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고 금리가 전망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했고요. 존 스톨츠푸스 오펜하이머 수석투자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감내할 수준이고 금리가 적절하다면 투자자들의 유입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열도 둔화도 아닌 ‘골디락스’를 점친 겁니다. 두 회사는 이번달 초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점도 똑같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한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 (출처=CNBC)


S&P 선행 P/E 22배, 이제는 ‘뉴 노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하지요.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가 최근 배런스와 했던 인터뷰를 토대로 왜 증시는 계속 오르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야데니는 내년 말 S&P 지수는 5000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 주목 받는 건 기업의 이익과 생산성 향상입니다. 요즘 미국 주식이 너무 비싸졌다는, 다시 말해 증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졌다는 화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S&P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2배까지 올라왔습니다. 16~17배를 통상적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보다 높은 겁니다. 닷컴버블 당시인 20여년 전과 비견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야데니는 선행 P/E 22배를 ‘뉴 노멀’로 칭하고 있습니다. 선행 P/E는 현재가 아닌 미래 실적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야데니의 주요 언급을 한 번 보지요.

“지난해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단기 저점을 기록했을 때) 선행 P/E가 12.7배까지 떨어졌습니다. 불황 때 P/E는 하락하지요. 그때 연준이 빠르게 양적완화(QE)를 실시했고, 선행 P/E는 올해 봄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22배까지 올랐습니다. 연준이 (기업에) 보증을 서주는 꼴입니다. 지금 실제 강세장을 이끄는 건 기업들의 이익이 불을 뿜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코로나19에 빠르게 대응했고, 2분기 최고의 수익을 낸 이후 하반기에도 성장할 겁니다.”

야데니는 또 “시장에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유동성이 있다”며 “팬데믹 이후 공급된 유동성은 모두 쓰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는 선행 P/E 22배가 뉴 노멀이라는 게 그의 견해입니다. 유동성을 업고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으니,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는 특히 기업 생산성을 강조했는데요. 야데니는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기술 혁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 냈다”며 “지금 우리는 또다른 극적인 생산성 붐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짚었습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입니다. 1970년대 같은 물가 악순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겁니다. 1970년대 많은 문제들이 인플레이션에서 온 게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앞으로 강세장은 이어질 겁니다.”

어떤가요. 야데니의 주장에 동의하나요. 야데니는 “특별히 싼 주식은 없다”면서도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핀테크, 원격진료 관련주들을 거론했고, 중국과 냉전 탓에 공급망을 미국 가까이 옮길 수 있는 산업주 역시 추천했습니다.

“증시, 인플레 더이상 두려워 않는다”

야데니 외에 HSBC가 최근 낸 보고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안 챈 HSB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졌다는 겁니다. 시안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국채금리는 이를 반영해 상승하는데, 흥미롭게도 국채금리는 4월 정점을 찍은 후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에 나선다는 메시지에 투자자들이 겁 먹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연준은 그간 테이퍼링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을 꽤 잘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종합해보면, ①전례를 찾기 어려운 풍부한 시중 유동성 ②주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생산성 향상 따른 기업들의 호실적 ③인플레이션 둔화 관측에 따른 정점론 등을 이유로 들 수 있겠네요.

(출처=야데니리서치)
(출처=야데니리서치)


‘버핏 지표’ 사상 최고치…버블 우려↑

물론 낙관론 이상으로 비관론도 많습니다. 월가 주요 기관들의 올해 S&P 지수 전망치를 평균해보면, 현재 수준보다 아래입니다.

기자가 최근 만난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 G씨는 역사상 가장 낮은 실질금리를 증시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G씨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하에서는 주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1.07%(지난 11일 기준)입니다. 역대 가장 낮습니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겁니다. 연준은 줄곧 미국은 유럽 혹은 일본 같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없다는 기조를 내비치고 있지만, 사실 시장이 더 주목하는 건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라는 점입니다. G씨는 다만 “이렇게 낮은 실질금리가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연준이 긴축에 나서면 (현재 강세 일변도인) 증시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또 있습니다. ‘버핏 지표(buffet indicator)’는 증시 과열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버핏 지표는 거래 주식의 총가치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20여년전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특정 시점의 주가 수준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지표이자 유일하게 신뢰하는 단 하나의 지표”라고 말한 이후 버핏 지표로 불리는데요. 현재 수치는 237%입니다. 단연 사상 최고입니다. 닷컴 버블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통상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것으로 보는데, 이를 훌쩍 상회한 겁니다.

자산운용사 GMO의 설립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버블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데, 언제 터질지 아는 것은 무척 어렵다”며 “바이러스, 인플레이션 등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모든 것들이 버블을 터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버블을 얘기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이 지속하고 있고, 그 와중에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곳들이 적지 않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거품론이 나오면서도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낙관론자들과 비관론자들의 논리를 잘 숙지하는 건 필수인 듯합니다. 현재 시장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입니다.

버핏 지표 추이. (출처=커런트마켓밸류에이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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