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참을 수 없는 11월 금통위의 시들함

김경은 기자I 2019.11.29 09:08:43

인하 소수의견 등장 여부 관심
내년 1분기 금리내릴까 촉각
금통위원 5명 내년 대거 교체
정책 예측 가능성, 일관성 떨어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내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명 중 5명이 한꺼번에 바뀐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 임기마저 만료하면서 교체폭은 이때까지 가장 클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이후 4명 이상의 위원이 한꺼번에 바뀌는건 이번이 세번째다. 공교롭게도 대규모 금통위원 교체시기인 지난 2016년과 내년은 소규모 경기 둔화가 나타난 사이클상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다. 이런 시기에 번번히 새내기 금통위원들에게 칼자루가 넘어가게 되면서 예측가능성과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29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이유다.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한 이후 당분간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기로 한 만큼, 이달 금통위는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관건은 향후 금리인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인하 소수의견’이다. 소수의견은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가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그러나 금통위원의 대거 교체는 이런 소수의견의 법칙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그나마 위원들이 대거 교체되기 이전인 내년 1분기(1~3월) 중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기 바쁘다. 만장일치 동결에서 2명의 소수의견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내린 10월 금통위에서는 4명의 의원이 금리인하를 주장, 그 중 2명의 위원이 물가 상황과 민간수요 위축을 근거로 들었다”며 “11월 금통위에서 2명의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고, 내년 1분기 추가 인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최소 1명의 소수의견은 나올 것”이라며 “2명의 소수의견이 아니라면 당장 내년 1분기 금리인하 기대감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과반수 찬성을 의결 기준으로 택하고 있는 합의제 기구인 금통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각자 전문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금통위원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경제분야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라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으로써 경제를 보는 시각을 길들이는데는 어느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금리인하를 좋아하는 정부와 시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면 통화정책의 독립성 논란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금통위원의 임기 4년마다 반복되는 대거 교체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박봉홈 전 위원 퇴임 후 2년 가까이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으면서, 추천기관인 대한상의와 한은마저 후임자 선임을 방치해서다. 당시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연봉이 높다’며 금통위원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통위원의 대거 교체로 통화정책의 공백이 생기면서 제도 개선을 위해 하은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내년 새로 선임되는 4명의 비한은 출신 금통위원 중 2명은 임기를 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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