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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규모 `삼성전자 < LH`… 10대 공기업이 대기업 능가

양희동 기자I 2017.05.01 11:00:00

한경연, 상위 10개 공공 및 민간기업 비교 결과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유사·중복 사업 수행
기존 민간기업 시장 위축 우려..원칙 마련 필요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내 10대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삼성전자(005930) 등 상위 10개 민간기업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공공기관의 민간기능 위축 사업 분석과 시장경쟁의 중립성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1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5년 말을 기준으로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316개 공공기관과 536개 공공기관 자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2015년말 기준 자산 규모 10대 공공기관의 자산총액은 498조 5000억원으로 상위 10개 민간기업 자산총액 496조 3000억원보다 많았다. 특히 공공기관 1위인 LH의 자산은 약 169조 7000억원으로 기업 1위인 삼성전자의 168조 9000억원보다 규모가 오히려 더 컸다.

공공기관 자산은 2007년 472조 2000억원에서 2015년 781조 7000억원으로 8년 새 309조 5000억원(약 66%) 가량 증가했다. 공공기관 자산 규모는 2015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의 50.2%로 절반을 넘었다.

김영신 한경연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자산이 증가한 것은 새로운 공공수요가 발생한 것과 더불어 다양한 사업 확대와 부채증가 등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공공기관 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과 공공기관의 자회사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7년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총 295개였지만, 2015년 말엔 21개 증가한 316개로 조사됐다. 또 2015년을 기준으로 316개 공공기관 중 103개 기관이 자회사 536개를 소유하고 있었다.

김영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과 자회사가 자금조달이나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민간기업과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존 민간사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최근 공공기관과 자회사들이 에너지·교통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외에도 유통·쇼핑·식당·보험·임대업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과 자회사들은 민간기업보다 인·허가나 사업 승인을 받기 쉽고 신용등급이 높아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어 경쟁에서 유리해 시장 기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이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경우 사전에 엄밀한 검토를 거치고 시장 경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OECD 공기업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우리 현실에 맞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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