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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서 6번째 낙마…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 재검토"

송주오 기자I 2023.02.26 16:49:08

정순신 변호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이도운 대변인 "자녀 문제라 검증에 미흡한 점 있어"
3차례 검증했지만, 자녀 학폭 거르지 못한 시스템
검찰 출신 인사로 꾸려진 검증단도 비판 대상
"尹, 학폭 사태 엄중하게 봐…근본 대책 논의 중"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 사태로 인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 개혁의 일환으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의 초기 작업을 법무부로 이관했지만, 부실한 인사 검증은 되풀이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낙마한 고위직 공무원만 6명에 달한다.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국가수사본부장 검증 관련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 변호사의 자녀 학교 폭력 논란에 따른 사퇴에 대해 “공직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합법적 범위 내에서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검증에서 현실적 제약을 토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검증에 한계가 있는 부분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니 검증을 위해서 무리하게 자료를 수집하는 등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의 낙마로 윤 정부 출범 이후 중도 사퇴한 고위직 공무원은 6명으로 늘었다. 이 중 5명은 업무 시작 전 중도 사퇴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제 개편 논란으로 임명된 지 35일 만에 초단기 자진사퇴 하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행정부의 과학적 시스템을 강조해왔다. 인사 또한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런 탓에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주요 담당업무이던 인사 검증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넘겼다.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인사의 경우 경찰 인사추천위원회의 1차 검증 이후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순으로 추가 검증을 벌였다. 3번의 검증 과정에서 ‘필터링’에 실패한 것이다. 검증은 탈세, 투기, 음주 운전, 성범죄 등 소위 7대 비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특히 인사정보관리단의 경우 지난해 인사 참사에서도 검증 작업에 실패한 바 있다. 인사정보관리단이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후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성희롱 발언 등을 잡아내지 못했다. 박 전 부총리의 경우 주요 검증 대상 중 하나인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음에도 내정됐다.

시스템상의 허점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도입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통해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소송,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이사항 등을 묻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이 항목에서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질문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차례에 걸친 검증 과정에서 해당 항목에 대한 검증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세평 조사에서 학교 폭력 논란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의 경우 지난 2018년 언론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대통령실 측은 이와 관련 “예비비 질문서에 학폭과 관련된 질문이 없다”면서도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스템의 문제인데, 학폭과 관련된 질문은 예비 질문서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검증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논란으로 확대된다. 인사정보관리단을 포함해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이 모두 검찰 출신이다. 정 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검찰 출신으로 이뤄진 검증 관계자들이 검찰 출신 인사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합법적 범위 안에서 검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있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을 계기로 학폭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학교 폭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 이와 관련한 근본 대책을 지금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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