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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콩 선거법 개정 결국 11일 표결 강행…EU·미국 경고

신정은 기자I 2021.03.07 13:36:29

양회서 두차례 안건 심의 후 표결
머리말·본문 구성…"현실 충분 고려" 주장
홍콩 교수 "선거 의미 없어질 수도"
美 "동맹 결집해 공동행동 할 수 도"

초대 홍콩 행정장관을 지낸 둥젠화(84)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행사장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주변에 있던 대표들이 그를 부축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결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자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의 선거제도 개편을 심의한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데 이어 이번에도 선거제 개편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7일 중국 정부에 따르면 전인대는 오는 8일 오전 9시(현지시간) 대표 소조 회의에서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정 초안’을 비롯한 안건을 심의한다. 이어 9일에는 관련 초안의 수정안을 심의하고, 11일 제 3차 전체회의 및 폐막식에서 이를 표결할 예정이다.

홍콩 법안의 발효 및 시행은 여론 수렴과 홍콩 입법회의 의결 등 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식 절차를 건너뛰고 선거제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거제를 개편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전인대 제 1차 전체회의에서 설명한 홍콩 선거제 개편 관련 설명을 살펴보면 해당 초안은 서론과 본문 등 두 부분으로 나뉜다. 서론에서는 이 결정을 내린 목적과 법적 근거를 요약하고 있다.

왕 부위원장은 전인대가 ‘중화인민공화국헌법’과 ‘홍콩 기본법’ ‘홍콩 국가보안법’ 등에 근거해 홍콩의 선거제도와 관련된 현실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외국 세력이 홍콩 선거제의 허점을 이용해 홍콩 문제에 개입해왔다”면서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그러한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개편으로 선거인단에서 구의회 의원 좌석이 117석이 없어지는 대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단 등 친중 세력 몫이 400여석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수는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어나고,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 수가 70명에서 9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입법회 의원 선출 부분이 수정되면서 선거가 또다시 1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홍콩은 지난해 9월 입법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이를 연기 한 바 있다.

요하네스 찬 홍콩대 법대 교수는 “입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강화해서 정부가 선호하는 사람들만 출마할 수 있다면 홍콩에서 선거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방 국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이 움직임은 홍콩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이를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 그는 동맹 및 파트너들은 결집해 공동행동을 취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은 같은날 성명에서 “이같은 선거제 개편은 홍콩의 민주주의적 원칙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들에게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홍콩의 발전을 위해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면서 국내 여론을 잠재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상단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 홍콩 정계와 산업계, 학자들도 모두 선거제 개편을 바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홍콩총상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전폭 지지한다”며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한다’는 원칙을 잘 구현해 ‘일국양제’(한나라 두체제)를 발전시키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보장하며 홍콩 민주제도 발전을 촉진해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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