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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 속도전 타격…카뱅·케뱅 적격성심사에 불똥튀나

장순원 기자I 2019.05.26 18:02:16

당국 3분기 인뱅 인가 재추진…흥행 여부 불확실
엄격한 규제잣대 확인‥적격성심사 카카오·KT 부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사업자 후보인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예비인가를 불허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금융혁신 속도를 높이려던 금융당국의 노력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수만명의 고객을 관리하는 은행으로서 투명성과 안정성이 강조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어야 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역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KT와 카카오 2곳의 사업자에게 정체된 금융산업의 메기 역할을 주문하며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한층 금융혁신에 힘을 실어줬다. 작년 9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규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인터넷은행특례법과 규제 샌드박스법 등을 잇따라 만들며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대 2곳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주면 혁신 바람몰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기대였다.

지난 24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핀테크와 인터넷은행처럼 금융산업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유효경쟁을 확대해 자체 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가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두 곳의 컨소시엄 모두 자본안정성과 혁신성을 포함한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해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된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새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 혁신과 성장 경쟁력을 높이길 원했는데 두 곳 모두 불허돼 안타깝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정부는 3분기 중 예비인가를 신청받아 연내 예비인가를 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탈락한 2곳도 사업계획이나 주주구성을 보강하면 재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체가 많고 새로운 곳이 나올 수도 있다”며 “올해 3분기 예비인가 과정에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 초 예비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네이버를 포함한 굵직한 정보통신기업(ICT)이 외면했던 터라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분야는 규제가 강하고 시장 규모도 작아 먹을 게 많지 않다는 근본적인 환경이 바뀌지 않아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케이뱅크의 대주주 KT와 카카오뱅크 대주주 카카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3호 인터넷은행 심사과정을 통해 당국의 엄격한 잣대가 재확인됐다는 점에서다.

KT는 과거 공정거래법을 어겨 적격성 심사가 중단돼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 케이뱅크는 대규모 증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의 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적격성 심사 대상인지를 가리기 위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법제처에서 김 의장도 심사 대상으로 판단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심사가 기약 없이 늘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인터넷은행 사업 자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국회의원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에서 공정거래법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핵심 역할 담당하는 곳”이라며 “인터넷은행이 혁신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시스템 안정성 등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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