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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현재로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의 최대 수혜자란 평이 나온다.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맞서 원내사령탑으로서 당의 강경 대응을 총지휘하면서 시선을 집중시킨 까닭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3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한 외신을 인용, 여당의 강한 반발에도 밀리지 않으면서 한국당 지지층 및 보수층에게서 점수를 땄다.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란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때다. 다만 그는 이후 강원도 산불 당시에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을 막는 등의 ‘실책’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패스트트랙 추진에 맞서 국회 의안과 및 의사과 점거 농성, 상임위 회의장 원천봉쇄 등 강력한 대여투쟁으로 다시금 주목도를 높이게 됐단 게 정치권 평가다.
나 원내대표가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쌓은 즉흥연설, 대중연설 실력도 지지층의 눈을 사로잡는 데 한몫했단 얘기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울대 나온 법조인 출신에 미모도 출중한데다 강인한 모습으로, 자극적인 언어로 말도 잘하니 지지층이 환호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 한 관계자는 “시간이 좀 지나면 나 원내대표가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며 “보수층은 강경 일변도 모습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행여 선거법 논의가 원점에서 시작되면 지역구만 270석을 만들자는 한국당 안이 얼마나 황당무계한지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던 공수처법안에 반대한 자당 오신환, 권은희 의원을 잇달아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에서 ‘강제’ 사보임하는 강수를 뒀다. 그간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원내대표의 ‘결단력’에 패스트트랙 열차는 아직 탈선하지 않았지만, 그의 변화에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린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맛이 간 것 아닌가.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가려는 게 아닌가”라고 격한 비난을 보냈다. 반면 박시영 윈지코리아 부대표는 “추진력에 의문표가 있었던 김 원내대표가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호남 차세대 리더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의 요구대로 사보임을 원상복귀하면 김 원내대표가 우스워지고, 이대로 밀어붙여도 민주당에 부역했단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라며 “이름은 알렸지만 실속이 있는진 미지수”라고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 조치로 사개특위에서 빠지게 된 오신환 의원, 오 의원 대신 특위에 온 채이배 의원은 이번에 톡톡히 이름값을 높였단 평이 우세하다. 당 관계자는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가 쫓겨난 오 의원은 ‘신념’ 있는 이미지, 피해자 이미지까지 얻었다”며 “채 의원은 7시간 동안 감금한 한국당이 존재감을 높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