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코엑스·한전 옆 아파트 경매서 '상종가' 왜?

양희동 기자I 2014.06.22 17:19:49

경매시장 침체 속 삼성·잠실동 아파트 낙찰가율 90% 웃돌아"개발 호재와의 직접 연계된 물건 선택해야"

△서울시가 지난 4월 삼성동 코엑스와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잠실동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한다고 발표한 이후 해당 지역 부동산 경매 물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전 본사와 잠실운동장 일대 전경.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임현영 기자] “사건번호 2013-406XX는 16억5508만원을 쓴 신모씨가 최고가 매수 신고인입니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중앙지법 입찰 법정 안. 단상에 앉아 있던 경매 집행관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전용면적 236㎡)의 낙찰자를 호명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이 아파트는 서울시가 최근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밝힌 한국전력 본사와 불과 400m떨어진 곳에 있다. 몇년 전까지 한류스타 배용준씨가 20층 펜트하우스에 거주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현재 시세는 20억원 선으로 2번 유찰돼 최저 입찰가격은 감정가(22억원)의 64%인 14억2080만원이었다.

N경매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이 물건이 유찰된 이유는 말소기준권리(낙찰시 사라지는 채무)보다 앞서 세무서가 걸어놓은 압류 때문”이라며 “압류액이 클 경우 최저 입찰가 수준에 낙찰받아도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집이 다시 공매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아파트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고가 물건이었지만 3명이 응찰해 시세 대비 80%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삼성동 노블리스공인 관계자는 “코엑스와 한전 부지 일대 개발 계획 발표로 삼성동 일대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인근 단지 아파트들을 사려는 문의가 늘어나는 등 매매시장이 꿈틀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경매시장 하락세에도 삼성동 경매 물건은 ‘껑충’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호황이던 경매시장도 지난달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 호재를 등에 업은 강남구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물건은 연일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12개) 물건 중 단 3개만 낙찰됐지만 이 중 2개가 삼성동 및 인접한 대치동 물건이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월별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지난 4월 87.2%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서 이달 들어 19일까지 83.22%를 기록하고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열기가 지난 3∼4월에 비해 빠르게 식고 있다”며 “집값 하락세가 확산되고 매매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악화된 주택시장이 경매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동 지역은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 계획이 나온 4월 이후 이달 19일까지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91.44%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1번 유찰돼 경매에 나온 삼성동 현대타워(총 30가구·1998년 입주) 전용 150㎡형 아파트는 감정가(8억5000만원)대비 95.4%수준인 8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또 4월 10일 경매된 삼성동 석탑아파트(유찰 1회)는 총 139가구에 불과한 입주 19년차 한 동짜리 ‘나홀로 아파트’이지만, 전용 59㎡형이 감정가(4억5000만원)보다 비싼 4억5181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아파트 물건만이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지난달 15일 경매 진행된 삼성동 한 오피스건물의 경우 6층 사무실(전용 32.76㎡)과 1층 근린상가(전용 20.02㎡)가 각각 1억7800만원(낙찰가율 136.92%)과 2억8200만원(128.18%)에 새 주인에게 팔렸다.

◇개발 호재 겹친 잠실 일대도 ‘꿈틀’

123층 높이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인 ‘제2롯데월드’ 건설에 이어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 호재까지 겹친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지난 4월 이후 이달 19일까지 경매에 나온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89.96%)이 90% 선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서울동부지법에서 1차례 유찰 후 경매에 부쳐진 잠실동 현대아파트(336가구) 전용 71.9㎡형은 지은 지 24년이나 됐지만, 7명이 응찰해 감정가(5억500만원)대비 95.1% 선인 4억8495만원에 낙찰됐다. 또 지난 16일 경매 진행된 잠실동 트리지움(3696가구) 전용 114.7㎡형 아파트(감정가 12억원)는 중대형인데도 역시 7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11억5000만원(낙찰가율 95.83%)에 팔렸다. 잠실동과 접한 삼전동의 한 다세대 주택(전용 23.7㎡)은 유찰없는 신건인데도 지난달 26일 경매에서 감정가(1억100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1억1511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개발 추진 단계별로 호재가 이어질 수 있어 해당 지역 경매 물건의 인기가 꾸준하게 이어질 것 같다”면서 “개발 호재 지역 물건이라도 무조건 낙찰받기보다는 현장 확인을 통해 수혜 가능 여부를 철저히 분석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후 이달 19일까지 경매에 부쳐진 서울시와 강남구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등 3곳의 아파트 낙찰가율 비교. <자료:부동산태인>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