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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의 지구 한바퀴]②뉴욕 뉴욕 뉴욕-1

김재은 기자I 2015.05.09 09:20:2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사실 결혼식을 어떻게 치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행을 하루라도 늘리고자 금요일 저녁을 택했다는 것 말고는….

정신없는 1박 2일을 보내고, 토요일 저녁 5시 50분 인천-달라스 경유-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장기여행은 처음이기에 짐은 제대로 챙겼는지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뉴욕’을 간다는 설렘에 비할 수 있으랴.

그러나 아메리칸항공은 허니무너를 배려하지 않았다. 많은 외국계 항공사는 자리를 미리 지정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당일 배정받은 우리는 앞뒤자리여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두어번의 거절 끝에 덜 불친절한 외국인을 만나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

원월드 얼라이언스에서는 아시아마일즈(아시아 노선이 많은 캐세이퍼시픽 등을 이용할 수 있다)가 가장 쓸모 있다는 얘길 듣고 미리 회원가입을 했다. 하지만 남미 등에서 마일리지 적립이 누락되기도 해 나중에 적립하려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미리미리 회원 가입을 하고 발권할 때 그 자리에서 마일리지 적립을 체크하는 게 가장 좋다.

13시간 넘게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며 도착한 달라스 공항. 경유시간은 3시간정도로 길지 않았다. 공항안에서 ‘DALLAS’가 쓰여진 커플 티도 사고, 내 얼굴만한 맥도날드 스낵랩을 먹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3시간여의 비행끝에 드디어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포공항처럼 국내선이 많은 곳으로 생각만큼 규모가 크진 않았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 전경. 사진=김재은 기자
그래도 ‘Welcome to NewYork’ 전광판에 흐르는 이 문구는 20시간여의 비행 피로를 눈녹듯 사라지게 했다.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라 라과디아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뉴욕의 심장 맨하튼에 입성하기로 했다. 호텔에선 허니무너라며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줬지만, 워낙 낡은 호텔인지라 큰 설렘은 없었던 것 같다. 근처에서 맥주를 사와 한 잔하고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뉴욕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뉴욕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비라니! 콜택시를 불러 우리의 다음 호텔인 힐튼 타임스퀘어에 데려다달라고 했다. 하지만 뉴욕시내에 힐튼은 너무나 많았고, 택시기사는 엉뚱한 곳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팁까지 받아 챙겨 쌩하니 가버렸다.

캐리어 2개에 배낭 2개. 짐이 많은 우리는 우산을 펼 겨를도 없이 다른 택시를 찾아 헤매다가 간신히 잡아타고 다시 목적지를 불렀다. 몇번이고 확인한 택시기사는 다른 기사와 통화를 한 후에야 힐튼 타임스퀘어 맞은 편에 우리를 떨궈줬다.

뉴욕의 심장에 당도했다는 설렘보다는 배고픔과 추위에 얼른 체크인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대충 청소가 된, 뷰는 전혀 없는 방에 얼리 체크인하고 추위에 언 몸을 녹였다.

오후 3시엔 뉴욕에서만 볼 수 있다는 ‘스파이더맨’을 예약해 둔 상태라 그 전에 메이시스 백화점을 가 볼 계획이다. 아침도 굶고 타임스퀘어에서 메이시스 백화점까지 걸었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3달러짜리 핫도그가 너무 땡긴다. 신랑은 메이시스 가면 맛있는 게 있을 거라며 계속 직진했다. 그러나 메이시스엔 맥도날드, 스타벅스, 피자가게 등이 있었을 뿐 맛집은 찾을 수 없었다.(내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다.) 배고픔에 지친 내게 세계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는 볼 것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너무 낡고 허름해서 그냥 오래된 마트에 간 느낌?!

스파이더맨 공연 시작전 가림막. 사진=김재은 기자
다시 걷고 또 걸어서 호텔에 돌아온 우리는 시차를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알람 소리에 공연 시작 30분전 호텔 맞은 편에 있는 스파이더맨 공연장을 찾았다. 아직 문도 열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공연은 초등학생이 보면 딱 좋아할 만한 수준. 엠파이어스테이트타워를 배경으로 스파이더맨이 공연장 위를 마구마구 날아다닌다. 그때마다 어린이들의 환호가 터지고….

사실 비싼 표라 졸지 않으려 했는데, 스르르 감기는 눈은 어쩔 수 없다. 관객의 환호가 터지는, 스파이더맨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본의 아니게?! 놓치지 않고 봤지만, 그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젠 밥 먹을 시간. 유명하다는 체인 부바검프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새우를 맘껏 먹을 수 있다니 기대가 컸다. 타임스퀘어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부바검프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서버에게 추천받은 로컬 탭비어는 불행히도 맛이 정말 없다. 음식도 좀 많이 느끼하긴 했지만, 뉴욕에서 먹는 제대로 된 첫 끼니라 우걱우걱 흡입했다.

록펠러센터 전망대서 바라본 뉴욕 시내 야경. 사진=김재은 기자
비가 와서 보이지도 않는데, 록펠러센터에 야경을 보러 올라가잖다. 티켓을 끊고 들어가려는데 안전요원이 “야경이 거의 안 보일 수 있다. 환불은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다.

역시나 비바람치는 록펠러센터 전망대엔 사람이 거의 없다. 강한 조명을 받고 있는 몇몇 빌딩을 제외하고는 볼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록펠러센터에 올랐다는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리곤 호텔 근처 타임스퀘어를 뉴요커인양 마구 돌아다녔다.

이렇게 뉴욕에서의 둘째날이 지나간다. 매번 TV에서만 보던 그곳에 우리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내일은 시티투어를 해야지…. 그 유명하다는 MoMA도 필수코스다. 설렘을 안고 시끄러운 맨하튼 중심가에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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