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도랑파고 통문 만들고…北, JSA 추가 귀순 막기에 안간힘

김관용 기자I 2017.11.26 15:10:44

北 '72시간 다리'에 통문 설치, 출입통제 강화
귀순 차량 바퀴 빠졌던 배수로에 1m 도랑 만들어
JSA 초소에 기관총 추가 반입, 장병 사상교육도
北 귀순 군인, 병세 호전 일반병실로 이동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 이후 추가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개성에서 판문점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인 ‘72시간 다리’에 출입통제를 위한 통문 설치를 완료했다. 잠금장치로 통문을 닫아놓고 초소에서 신원이 확인된 군인과 차량에 한해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72시간 다리는 판문점 서쪽을 흐르는 사천(砂川) 위에 있는 다리로 남북을 잇는 유일한 통로다. 원래는 포로 교환이 이뤄졌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있었지만, 1976년 8월 북한군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사살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폐쇄됐다. 진입로가 막히자 북한이 새롭게 만든 것이 72시간 다리다. 72시간 만에 건설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3일 귀순 군인이 탑승한 차량은 시속 70~80km의 속도로 72시간 다리를 건너 JSA 쪽으로 접근했다. 이 다리를 진입하는 과정에서 귀순군인은 별다른 제지도 받지 않았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가 지프 차량을 몰고 ‘72시간 다리’를 건너고 있다. [출처=유엔군사령부]
특히 북한군은 당시 귀순자가 지프 차량을 이용해 넘으려고 했던 군사분계선(MDL) 인근 통로에 깊이 1m 이상의 도랑을 팠다. 차량이나 사람이 이 통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한 것이란 분석이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지난 24일 이 통로에서 북한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부 6명이 삽으로 도랑을 파고 있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귀순 북한군은 당시 그의 지프 차량 바퀴가 이 근방 배수로에 빠지자 급히 내려 남쪽으로 달려오다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JSA 초소에 기관총 여러 문을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정전협정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JSA에서는 기관총을 반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비무장지대 남쪽 400m, 군사분계선으로부터는 남쪽으로 2.4km에 있는 캠프 보니파스에 무장 병력을 두고 있다. 유사시 JSA에 증원된다. 하지만 북한은 오래전부터 중화기를 JSA 내에 반입해 운용하고 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지난 13일 북한군이 귀순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북측에서 북한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새로 도랑을 파고 있다. [출처=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트위터]
이 밖에도 북한은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판문점 시찰 영상을 방영하는 등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북한이 JSA 지역을 통한 귀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북한군의 귀순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판문점 내 JSA 지역으로 귀순은 것은 이번을 포함해 3번 뿐이다. JSA 지역은 콘크리트로 만든 낮은 ‘턱’만 넘으면 바로 남측이기 때문에 철책이나 지뢰밭을 통과해야 하는 다른 곳보다 귀순이 쉽다. 이에 따라 북한 판문점 지역은 북한군 중에서도 당성이 강하고 충성심이 높은 엘리트 출신들이 선발돼 배치된다.

한편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귀순 북한 군인은 현재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 지난 24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현재는 호흡과 맥박 등이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북한군인의 상태를 더 지켜본 뒤 관계기관과 협의해 곧 군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방침이다.

북한군 1명 JSA 통해 귀순

- CNN, 北귀순병 수술장면 독점공개..이국종 "깨진 항아리 같았다" - [김관용의 軍界一學]北 JSA 귀순군인, 치료 후 남한 정착 과정은? - 이국종 교수, 文 대통령 '각하'라고 호칭한 이유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