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반발…"고용 충격 불가피"(종합)

이후섭 기자I 2022.06.30 09:34:44

내년 최저임금 5% 인상 결정…시급 9620원
중기·소상공인, 강한 분노 드러내…"절대 수용불가"
대한상의·경총 "현실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 비판
고용축소 우려 커져…"직원 줄이고 무인시스템 도입"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힘들다고 재료값을 줄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년 최저임금 인상 부담까지 더해져 결국 직원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유덕현 소상공인연합회 서울지회장은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5.0% 인상된 데 대해 크게 허탈해했다. 바쁠 때만 쓰던 아르바이트는 물론 직원마저 줄여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2명 직원을 유지했지만, 경기침체 및 소비위축 우려에 물가 상승까지 덮치면서 비용을 줄일 방도가 인건비 절감밖에 없어서다.

유 지회장은 “음식점 운영이 힘들어지겠지만, 최소한 인력으로 버티는 데까지 버텨 볼 생각”이라며 “가족들의 힘을 최대한 빌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내년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사진=중기중앙회 제공)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긴 터널을 견뎌온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또다른 시련을 맞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경영난 등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소상공인계는 이번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무력화시키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2023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460원) 인상한 9620원으로 결정했다. 공익위원 제출안에 반발한 사용자위원 9명과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집단퇴장하는 등 어수선한 과정에서 표결을 통해 결정했다.

이후 주요 경제단체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논평이 잇따랐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계는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로, 5.0%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제시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를 비롯한 사용자 위원들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꼬집으면서 추가적인 경영 악화, 고용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소속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 제도가 취약층을 지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적절한 정책수단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전체 고용 중 82%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인해 중소기업 고용이 축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경총과 함께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대응 방법으로 ‘신규 채용 축소’(36.8%), ‘기존 인원 감축’(9.8%) 등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의견이 46.6%에 달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소상공인 67%가 ‘올해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된다’고 답했으며, 최저임금 인상 시 대처 방안으로 ‘기존 인력 감원’(34.1%), ‘근로시간 단축’(31.6%) 등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대답이 65.7%에 달했다.

유덕현 지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코로나 시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며 “아직 코로나 타격도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또다시 5%나 오르면 우리를 2번 죽이게 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장도 “길어진 불황 속에서 현재 매출로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히려 직원을 줄이고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계는 정부가 나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공연은 “빠른 시간 안에 이의제기를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부결됐지만, 업종별로 구분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경총은 “한계에 다다른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수용성조차 감안하지 않은 이번 결정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은 더욱 뚜렷해졌다”며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심의 시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