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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브는 연초부터 KT와 인수합병(M&A) 논의를 진행해왔는데, 국회에서 합산규제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데다 가격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1조 이상을 원하는 딜라이브와 7천 억원 대를 제안한 KT사이에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다르다. 연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이 마무리되면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KT군(KT+KT스카이라이프 31.07%), LG군(24.54%), SK군(23.92%)으로 재편된다.
즉 딜라이브(6.29%)를 누가 추가로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뀌는 셈이다. KT 뿐아니라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딜라이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전용주 딜라이브 사장 “여러 시나리오 가능할 것”
전용주 딜라이브 사장은 최근 “현재 KT외의 사업자와 (딜라이브) M&A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합산규제가 없어지면 M&A 시장이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KT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의 언급은 통신사간 경쟁을 붙여 딜라이브의 몸값을 띄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의 발언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시장점유율 규제(33%)를 폐지하고 사후 규제로 전환하려는 국회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는다.
KT가 내년에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KT군 점유율이 37.36%로 오르고, LG유플러스가 인수하면 30.83%, SK텔레콤이 인수하면 30.21%가 된다. 딜라이브 향방이 KT가 확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하느냐, SK와 LG 중 누가 미디어 2강이 되느냐가 달라진다.
다음 달 딜라이브에 대한 주요 채권단의 채무 연장 이슈가 있지만, M&A 기대감으로 주요 채권단이 만기 연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알뜰폰·결합상품 지배력 논란 지나가면..딜라이브는 ‘시간’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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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1위인 헬로모바일이 LG유플러스라는 이통사(MNO)에 인수될 경우 이통3사를 괴롭혔던 독행기업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로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통해 미디어 시장에 이동통신 지배력을 전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대 논란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수 조건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CJ헬로 M&A를 불허했던 3년 전과 달리,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이 약진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의 규모를 키워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게 절실해졌다.
하지만 누가 딜라이브의 새 주인이 되는 가는 시간이 변수다.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가 8월 중 합산규제 문제를 마무리하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 KT는 딜라이브와 물밑 논의를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 내로 인수를 본격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거나 합산규제 1년 이상 연장이 결정되면, KT로선 내년 하반기이후에야 딜라이브 인수가 가능해 불리하다.
반면 경쟁사들(SK텔레콤·LG유플러스)은 CJ헬로와 티브로드 M&A 이후 조직을 정비할 시간을 벌면서 딜라이브 인수를 본격 추진할 여유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