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다, 유동성 확보하자”

박철근 기자I 2022.11.20 15:16:55

유통업계, 회사채 발행 난항에 금융권 차입·지분매각도 검토
호텔롯데, 롯데칠성 지분 전량 매각 통해 378억원 확보
현대홈쇼핑, 자회사 현대렌탈케어 지분 매각 추진
유통업계 “당장 필요치 않아도 현금확보가 우선”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유통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다.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채권발행이나 금융권을 통한 차입이 쉽지 않아지자 지분매각을 통해서라도 현금확보에 나섰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보유중이던 롯데칠성음료(005300) 보통주 27만3450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을 통해 전량 매각했다. 지난 18일 종가(13만8500원) 기준으로 하면 매각대금은 378억7282만원이다. 코로나19 이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지난달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861억원을 지원하면서 현금보유량이 크게 줄어서다. 호텔측도 “이번 지분 매각 목적은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홈쇼핑(057050)도 지난 17일 자회사 현대렌탈케어의 지분 일부 매각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제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없더라도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이나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게 산업계 전반의 현실”이라며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지분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급성장한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부릉 운영)는 유동성 악화로 기업 매각논의까지 이어졌다.

메쉬코리아는 유정범 대표이사와 김형설 사내이사의 지분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초 투자 유치를 통해 대출금을 갚을 계획이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스타트업 투자 감소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15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받은 이후 추가 투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담보권을 갖고 있는 OK캐피탈은 지난달부터 매각주관사 삼정KPMG를 통해 회사 경영권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1위인 교촌에프엔비도 지난 9월 금융기관을 통해 500억원의 돈을 빌렸다. 신규사업 및 운영자금 마련 목적이었지만 이외에도 불확실성에 대비한 현금확보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경우 유통군HQ는 실적이 호전되는 모습이지만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다른 주력 계열사의 경영난으로 그룹 전체적인 유동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통합법인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키로 했다.

신용평가회사들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6개월~1년 간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나 업황 개선 추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신용등급의 추가하향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내년 경영전략의 주요 방향은 비용 축소와 현금확보 등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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