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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넘게 되풀이되는 '천안함 망언'[생생확대경]

김관용 기자I 2023.06.11 19:00:00

충돌설, 자폭설, 좌초설 등등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의혹 제기
사실 왜곡 땐 강력 처벌하고
생존장병·유가족 보호 나서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998년 환태평양(RIMPAC) 훈련에 참가한 우리 해군 잠수함 이종무함. 총 13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시면서 단 한 번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참가국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2000년 림팩 때 박위함은 참가국 잠수함 중 가장 작은 크기였지만, 미 해군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등 11척을 가상 수장시켰다.

2004년 림팩 당시 장보고함 역시 상대편의 모든 수상함에 가상 어뢰를 명중시키며 자신은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고 생존했다. 훈련 종료 통보로 수면 위로 부상하니 코앞에 미 해군 항공모함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해군 잠수함과 승조원들의 역량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그만큼 수상함이 잠수함을 탐지해 공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던 이래경 씨가 ‘천안함 자폭’ 발언 후폭풍으로 결국 사퇴했다. 이를 규탄한 당시 천안함장의 항의에 당 수석대변인은 “부하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냐”고 몰아붙였다. 당 최고위원이라는 사람 역시 “지휘관으로서의 책임감” 운운하며 경계실패를 언급했다. 바다와 해군 작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언사다.

해군2함대 사령부에 설립된 천안함 전시관 내부 모습 (사진=해군)
북한 잠수정은 우리 천안함을 탐지해 타격했는데, 왜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을 못봤냐고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 위에 떠다니는 수상함과 다르게 물속 잠수함을 찾는건 쉽지 않다. 동력장치를 끄고 해저로 내려가 있거나 조류에 함체를 맡기고 표류할 경우는 탐지가 더욱 어렵다. 전사에서 수상함은 잠수함을 발견 못했는데 잠수함이 먼저 발견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130톤 밖에 안되는 작은 잠수정이 어떻게 중어뢰를 탑재할 수 있느냐는 지적과 북한 잠수함 기술력이 그렇게 훌륭하냐는 의문은 비대칭 무기로서의 잠수함 특성과 북한 해군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1960년대부터 수중 전력 건설에 집중한 북한은 잠수함을 복제해 생산하는 개조·생산 능력이 우수했다. 이란에 잠수정을 수출까지 했다.

일각에선 ‘왜 대잠수함전 능력이 떨어지는 소형 초계함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배치했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 해군에 현대적인 대잠성능을 갖춘 함정이 부족했다. 그래도 NLL 인근에서 우리 어민이 납북되고 간첩선이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력은 필요했다. 당시 천안함 상황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자신의 좁은 식견에 근거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한다. 그 의혹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믿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망언’이 13년 넘게 되풀이 되고 있다. 분명 북한 소행이었지만 우리 군이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전사한 장병들의 명예는 심각히 훼손됐다. 유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금도 트라우마로 힘들어 하는 생존 장병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소형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은 민·군 및 국제 합동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평택 2함대사령부 ‘천안함 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잔해만 봐도 ‘충돌설’, ‘좌초설’, ‘자폭설’, ‘증거 인멸설’ 등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얘긴지 알 수 있다. 부디 이제는 음모론과 패잔병 취급 모욕이 중단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을 처벌하고, 천안함 생존장병과 유가족들을 보호·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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