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민정책 폐기하라"…反이민 돌풍에 각국 '몸살'

김상윤 기자I 2023.07.09 17:29:11

네덜란드, 난민 문제 이견에 결국 연정 붕괴
이탈리아, 핀란드 등 반이민 내세운 정당 득세
'아메리칸 드림' 대명사 미국도 반이민 정서↑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전 세계가 밀려드는 빈국 이민자 문제로 분열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폭넓은 이민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극우 세력들은 범죄율 증가와 주거비 상승 등 자국민의 피해를 부각하며 이민정책을 폐기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면서 세를 불리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에서도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사진=AFP)


뤼터 총리, 지지자 고려해 연정 해체 결정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정부는 집권에 참여하는 정파들 간 이민정책에 따른 이견으로 연립정권 해체를 선언했다. 2010년 총리직에 올라 4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네덜란드의 최장수 총리로 재임 중이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불행히도 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사임했다. 네덜란드는 올해 11월 중순 이후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최근 난민이 크게 늘고 있는 대표적 국가다. 작년 4만6000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7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난민 유입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 난민 시설 부족 문제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가 늘고 주거비가 급등하는 문제를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도시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이민자가 유입되면 평균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약 1%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에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에 이미 들어온 전쟁 난민이 어린 자녀를 추가로 데려올 경우 입국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난민 가족의 입국을 매달 200명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민정책에 대한 연립정부의 판단은 각각 달랐다. 연립정부는 뤼터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과 진보 성향 D66,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A), 보수 성향 기독교연합당(CU)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기독교연합당과 D66이 뤼터 총리에 강력히 반대했다. 뤼터 총리 입장에서는 지지자들의 표를 고려하면 이들과 타협하기보다 연정을 해체하는 게 최선책이었다. 연립정부 붕괴 전후 네덜란드에서는 우파 정당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얻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와 핀란드에서는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정당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2당으로서 연정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성향 자유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중도우파 국민당이 극우 야당 복스(Vox)와 연합을 꾸려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프랑스에서도 극우 세력인 마린 르펜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을 키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안감과 급증한 망명 신청자, EU 국경에서 벌어진 이민자들의 비극 등이 나오면서 극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이주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앨런 매닝 교수는 WSJ에 “노동력 부족에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다가 부작용이 나오면 이를 억제하려는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유럽 전역에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는 가운데 그리스 아테네의 한 비영리시민단체(NGO)가 이민자들을 보호 하고 있다. (사진=AFP)
캐나다, 미국, 영국서도 반이민 정서↑

반이민 기류는 유럽에서만 불고 있지 않다. 캐나다에서도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다. 리서치 회사 레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약 절반은 연간 50만명의 이민자 유입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고 있고, 4분의 3은 주택, 보건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역시 기술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대학 졸업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민제도를 완화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국민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던 미국 역시도 이민자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 2월 28%로, 1년 전(34%)보다 떨어지면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화당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샌티스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지난 5월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더욱 어렵게 하는 새로운 법에 서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