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뜨는데 낸드는 감산 확대…왜?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기업들 사이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D램의 반등 기대감이 부푸는 것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여전히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낸드 주요 수요처인 모바일 분야의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경쟁사가 D램보다 많은 탓이다. 인공지능(AI)향 메모리로 자리를 잡은 HBM과 달리 낸드에선 AI 수요를 공략할 특화 제품이 마땅히 없는 점도 낸드 전망이 우울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왼쪽)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삼성전자 및 연합뉴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진행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낸드 추가 감산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의 추가 감산폭을 5~10%로 예고했다. 낸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낸드 수익성 강화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추가 감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낸드를 콕 집어 감산하겠다고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낸드 시장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D램과 낸드 모두 약세지만 낸드 부진이 유독 두드러지는 건 스마트폰 시장의 둔화가 주된 원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2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5% 떨어지면서 8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낸드 시장의 주력 제품인 128단과 176단 낸드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40%를 차지하는 모바일인데 스마트폰 판매가 하락하면서 낸드 수요도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수요가 줄고 있지만 낸드 유력 공급사는 D램보다 많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체제로 굳어진 반면 낸드는 5강 체제를 유지 중이다. 1위 삼성전자와 일본 키옥시아, SK하이닉스·솔리다임, 웨스턴디지털(WDC), 마이크론 등이다. D램과 낸드 모두 과점 양상이나 낸드는 경쟁자가 더 많고 업체 간 기술력 차이가 D램보다 크지 않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낸드는 D램보다 기술을 따라잡기가 쉽고 D램보다 경쟁자도 많아 가격 방어가 어렵다”며 “불황기에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한 제품군”이라고 설명했다.

D램과 달리 AI 수요에 특화된 낸드 제품이 마땅히 없는 것도 차이점이다. 현재 D램의 반등을 이끄는 건 HBM이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인 대역폭을 크게 확대한 HBM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서버 등에서 활용성이 높다. DDR5 역시 AI향 메모리로 꼽힌다. 낸드에선 각 업체들이 더 많은 단수를 더 작은 크기로 쌓기 위한 적층경쟁에 나서고 있으나 AI 특화 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가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시장이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나온 낸드 제품은 AI 수혜도 적어 메모리업체들의 추가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