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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위 흔들려선 안돼"…포스코 미래 걱정하는 OB의 호소

김성진 기자I 2024.01.21 16:49:37

포스코 OB "이득 보는 세력 누군지 봐야"
'경영공백' 막아야…피해 되돌리기 어려워
해외 협력업체 '신뢰성'에도 빨간불 우려
전문가 "결국 주주들이 선택할 문제" 지적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후추위(CEO후보추천위원회)가 흔들려선 안 됩니다. 힘들지만 꼭 완주해야 합니다. 판을 흔들어서 이득을 보는 세력이 누군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근 본지와 만난 포스코그룹 OB(전 임직원)는 “후추위가 해산해 경영공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와 포스코, 더 나아가 국가 전체에도 좋지 않다”며 “후추위가 흔들리지 않고 차기 회장 선출까지 가야한다”고 했다. 이 OB는 최근 불거진 포스코홀딩스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이 일종의 정권차원의 외압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정권의 외압이라고 한다면 앞서 포스코가 선별한 내외부 인사 22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이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냐”며 “파이널리스트를 추린 것도 아니고 현재 단계에서 후추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알 수 없는데 이처럼 거칠게 외압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차기 회장 후보에 들지 못한 사람 등 후추위가 해산했을 때 이득을 보는 세력이 누군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사진=뉴시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 후추위 역시 이번 호화 이사회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후추위는 지난 13일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다소 직선적인 의견을 내보였다.

“8개월 경영공백은 8년 경영공백”

포스코그룹 안팎에선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경영공백만큼은 절대 발생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내수 사업이 한정된 KT와는 달리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에 경영공백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막심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8개월의 경영공백은 8년의 경영공백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처럼 해외투자가 중요한 시기에 사실상 모든 주요 의사결정이 멈추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중 새로운 산업 시대를 맞아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전쟁이나 다름없는 혈투가 벌어지는 지금, 의사결정이 미뤄질 경우 주도권 싸움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다.

포스코그룹은 급변하는 세계 산업 지형 변화에 맞춰 본업인 철강업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뿐 아니라 그 원료인 광물, 그리고 수소 에너지 사업까지 오는 2030년까지 총 12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이는 단지 포스코와 철강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초거대 투자 계획이다.

해외 협력업체 ‘신뢰성’에도 빨간불

해외 투자자와 협력업체들의 신뢰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포스코그룹에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퓨처엠만 보더라도 중국, 캐나다 등 글로벌 요충지에서 현지 업체들과 손잡고 전구체, 양극재 등의 핵심 소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 대표 곡물 기업 바틀렛앤컴퍼니와 투자 합의서를 체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그룹 경영공백이 생긴다면 해외 협력업체들도 확실한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이 선택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경영학과 교수는 “초호화 이사회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인 것은 포스코홀딩스 주주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라며 “만약 주주들이 포스코 이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후추위가 선택한 후보에 반대표를 던지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포스코홀딩스 후추위는 지난 14일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8월6일부터 12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개최된 당시 이사회엔 총 6억80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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