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 이재명, 부·울·경 찾아 女心 공략…'부산 비하' 논란도

박기주 기자I 2021.11.14 15:53:38

이재명의 '매타버스' 첫 행선지 부·울·경
反페미니즘 이미지 불식위해 여성 친화 메시지 던져
"부산 재미없잖아" 부산 비하 발언 논란
"지방 소외 생각보다 더 심각…균형발전, 중요한 과제"

[이데일리 박기주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첫 지방 순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매타버스(이재명의 매주 타는 민생버스)’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행보를 통해 이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성)’에게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며, 최근 ‘반(反) 페미니즘’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다만 이번 부·울·경 지역 방문이 이 후보의 실언 등으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방문 이틀째인 13일 부산시 영도구 부산항에서 부산 청년들과 함께 스튜디오와 좌석이 마련된 매타버스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울·경 찾은 이재명, 反페미니즘 비판에 ‘여심 끌어안기’ 나서

이 후보가 이번 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청년’과의 만남이었다. 일정의 상당 시간을 청년과 관련된 행사에 할애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여성 청년층을 겨냥한 친화적인 발언이었다.

첫 행선지였던 울산에서 이 후보는 “남녀 전 생애를 놓고 보면 여성이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성은) 임금도 60%이고 승진도 잘 안되고, 아이들 키우고 보육하느라 경력단절되면 복귀도 안되고, 피해는 여성이 입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다음날 부산에서도 “요새 젊은 남녀 사이에 오해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20대 남성이 여성할당제로 피해 봤다(는 인식)”이라며 “(이는)대화 부족에서 오는 대표적인 신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성이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성 할당제를) 하는데, 실제로 혜택을 보고 있는 건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남성”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반복된 여성 친화적 메시지는 앞서 자신의 행보에 쏟아진 비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 등 내용이 담긴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공유한 바 있다. 이는 반(反) 페미니즘 성향을 보이는 일부 20대 남성층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가) 반페미니즘의 기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 측이 정의당과의 단일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점과 문재인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20대 여성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입장을 다소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자신의 앞선 발언들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유권자층이 볼 땐 이 후보의 (배치되는) 발언이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현과 논리전개 기술을 다듬어야 이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안내를 받아 경영진과 타운홀미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 재미없잖아” 실언 논란도

이 후보가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발한 지역 순회 행보였지만 순조롭게만 진행되진 않았다. 특히 부산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들과 만나 “부산 재미없잖아, 솔직히”라고 발언한 대목이 문제가 됐다. 이후 “재미있긴 한데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부산 비하’라며 정쟁의 소재가 됐다. 이날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 후보의 발언은 과거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부산은 초라하다’는 발언까지 소환하며 도대체 민주당이 부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지역발전 의지가 없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방문하는 행보가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매타버스’가 전국을 순회하며 민생을 들여다보고 청년들을 직접 만난다는 측면에서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부산 재미없잖아’ 등 실언을 할 경우 다니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후보는 부·울·경 지역 순회 마지막 날 거제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 등 경남지역 주요 기업을 방문했다. 해당 기업의 시찰을 마친 이 후보는 국토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부·울·경 지역을 돌아보니)지방 소외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며 “청년 문제뿐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문제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여러 영역의 산업 부문과 지방 공단, 소도시 위축, 지방도시 소멸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