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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시멘트 '稅폭탄' 악몽…"이중과세" 반발

김호준 기자I 2020.11.22 13:28:08

시멘트 완제품에 세금 부과하는 '자원세' 법안 발의
통과땐 업계 年 500억 추가 부담
거대 여당이 입법 주도…통과 가능성↑
건설경기 악화로 시멘트 출하량 5년 내 최저치 전망
업계 "석회석에 이미 자원세 부과…입법 철회해야"

쌍용양회 동해공장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지난 20대 국회서 폐기된 ‘지역자원시설세’(이하 자원세)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 시멘트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원세는 지하자원 채광으로 이익을 얻는 주체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에 이미 자원세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과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겹치며 올해 시멘트 출하량은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각종 과세 법안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22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16일 시멘트 생산 1톤(t)당 1000원을 과세하고, 세액 65%를 시멘트 생산시설이 있는 시와 군에 배부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주도해 발의했지만,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시멘트 업계는 자원세 신설에 대해 ‘절대 수용불가’라는 입장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원료인 석회석 채광 단계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지난 1992년부터 연간 30억원 정도의 자원세를 이미 납부하고 있다.

또한 지하자원 등에 부과하는 자원세를 공산품인 시멘트에 부과하는 것 역시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하면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생산량 기준 매년 약 5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에 자원세가 부과된다면 철강·석유화학·제지 등 다른 제조업으로 자원세 부과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국내 제조업 전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시멘트 업황 악화도 자원세 신설을 반대하는 업계 논리 중 하나다. 국내 시멘트 수요는 최근 4년 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7년 5670만t이었던 수요는 2018년 5130만t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4950만t이 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와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겹치며 외환위기(IMF) 직후보다 적은 4550만t 수요를 전망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적용된 질소산화물(NOx) 배출부과금 제도로 연간 60~180억원 추가 비용 안고 있는 데다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연 400억원 규모 운송료 인상마저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자원세까지 합치면 업계가 매년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000억원 이상으로, 지난 10년(2010~2019년)간 전체 시멘트 업계 평균 순이익(1169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시멘트 업계는 지역사회와 상생 차원에서 이미 시멘트 생산시설이 인접한 시·군에 직접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지역주민을 위한 직접지원을 확대한다면 굳이 자원세가 아니라도 기업과 지역주민 간 상생이라는 목표를 충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국회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거대 여당이 법안을 주도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업계 위기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환경 부담에 대해서는 여러 악조건에도 지역사회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이중과세 논란만 야기하는 자원세 입법은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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