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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겁 안나"…`R의 공포`에 추락하는 美 장기금리

이정훈 기자I 2022.11.27 17:15:02

美 10·30년 국채금리, 모두 기준금리 하단 아래로 역전
일부 옵션투자자, `내년 말 기준금리 2%` 대비 포지션도
"채권시장 투자자들, 연준 통화긴축 끝난 것처럼 편안"
일각선 반대의견…골드만 "10년금리 2024년까지 4%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 국채시장에서는 내년 미국 경제의 침체(Recession) 국면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시장금리가 장기적으로 더 내려갈 징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연준 본부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표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3.691%까지 내려가며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10년만기 국채금리는 2년물 금리는 물론이고 현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3.75~4.0%의 하단인 3.75% 아래로도 내려갔다.

특히 2주일 뒤에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추가로 50bp 정책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서도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 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옵션시장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정책금리가 현 수준에 비해 절반까지 낮아질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포지션까지 설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 스왑시장은 내년 중반까지 연방기금금리가 5% 안팎까지 상승한 뒤 2024년 초까지 50bp 정도 금리가 내려오는데 베팅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내년 말 또는 2024년 초에 연방기금금리가 3% 또는 최저 2%까지 내려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기로 진입할 것이라는 결정적인 징후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향후 시장금리가 다시 내려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담고 있다.

국채 2년과 10년금리, 연방기금금리 추이


그레고리 파라넬로 아메리베트증권 미국 채권 투자 및 전략부문 대표는 “연준 정책은 역동적이고, 연준 스스로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는데도 시장에선 이미 연준의 통화긴축이 끝난 것처럼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10년만기 국채는 물론이고 30년만기 국채금리까지도 연준의 정책금리 하단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4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역전으로, 그 만큼 앞으로 경기 침체의 고통이 강할 것이라는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파라넬로 대표도 “현재 경기 침체 신호가 강력하게 나오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보면 연준의 관점에서는 이런 경기 침체 신호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주 2일 발표될 11월 고용지표가 얼마나 둔화할 것인지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표에서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가 줄고 실업률이 상승한다면 최근 채권시장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연준이 통화정책 지표로 활용하는 개인 소비지출(PCE) 물가지수까지 낮아질 경우 12월 FOMC 회의에서 긴축 속도 조절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와 달리 소수이긴 하지만 시장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월가 투자은행도 있긴 하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시장 예상과 달리 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면서 10년만기 국채금리가 2024년까지도 4% 위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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