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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정서 등에 업은 극우정당, 네덜란드 총선서 1당 돌풍

박종화 기자I 2023.11.23 09:21:31

'이민자 수용 중단·모스크 금지' 자유당, 1당 확실시
지난해만 4.8만명…난민 급증에 반이민정서 확산
슬로바키아·핀란드 등 유럽 곳곳서 반이민 정당 선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의 승리가 유력하다. 자유당은 유럽연합(EU) 탈퇴와 이민자 차단을 공약 전면에 걸고 있어 향후 유럽 정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사진=AFP)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일간지 텔레흐라프 등에 따르면 이날 총선 개표가 93.9%가 진행된 현재 자유당은 하원 150석 중 37석을 얻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17석)보다 두 배 넘게 의석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 여당인 중도우파 자유민주당은 24석을 얻어 3당으로 밀려날 상황이다. 2당은 2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녹색좌파당·노동당 연합이 유력하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반(反)EU·반이민·반이슬람을 정책 전면에 내걸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집권하면 이민자 수용을 전면 중단하고 EU 탈퇴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도 예고했다. 또한 이슬람을 향해선 ‘파시스트 이데올로기’, ‘후진적 종교’라고 부르며 네덜란드 내 모스크(이슬람 사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빌더르스는 전날 TV 토론에서도 “네덜란드는 더는 참을 수 없다. 이제 우리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국경을 폐쇄될 것이며 망명 신청자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4만8000명 가까운 난민이 들어온 데 이어 올해도 7만명 넘는 이민자가 망명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네덜란드에선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이민자가 범죄와 주택 부족 등 사회 문제를 가중한다는 이유에서다. 마르크 뤼터 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난민 수용 인원 제한을 추진했으나 연립정부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연정이 무너졌다. 좌파 유권자인 애슬린 휴는 자유당의 총선 승리에 대해 “이민자에겐 더 가혹한 일이 벌어질 것이며 그들이 사람들 인권을 부정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은 자유당이 집권까지 성공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집권을 위해선 연정 구성을 통해 76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다수 정당이 자유당과 손을 잡는 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빌데르스는 “우리가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연정 구성 성공을 자신했다.

자유당이 집권에 실패한다고 해도 유럽 주요국가에서 반이민 정서가 다시 확인됐다는 점에서 그 함의를 가볍게 평가할 순 없다. 지난해 이탈리아 총선과 올해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도 각각 반이민을 전면에 건 세력이 집권에 성공한 바 있기 때문이다. 난민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던 스웨덴·핀란드에서도 반이민 극우정당이 원내 2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조만간 총선이 치러지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역시 반이민 정당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이민 정당의 약진을 두고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재정 긴축 등 기성정당의 실정에 불만을 느낀 유권자들이 극우적 의제로 기울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민당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최근엔 이 같은 흐름에 경계감을 느낀 주류정당까지 이민자 문제에 전보다 강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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