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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특공대의 酒첩]②끈기가 만든 김기환 대표의 단칸방 신화

김태현 기자I 2017.07.22 12:00:00

지평양조장, 7년 만에 연매출 30배 성장 60억원
당시 29살 김기환 대표, 눈으로 직접 보고 배워
주류도매상 등 유통망 확대에 끈기로 버텨 성공

“인생은 짧고 마셔봐야 할 우리술은 많다”

‘우리술 전문가’ 이수진 술펀 대표와 프리랜서 김도연 PD와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주막특공대’. ‘취함을 존중한다’(취존)는 누구네 얘기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취존 우리술을 찾아 떠난다. 증류식 소주부터 막걸리까지 맛있는 우리술이 있다면 전국 각지 어디든지 떠난다.

김기환 지평양조장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직장인 생활을 하던 김기환(36) 대표가 지평양조장 단칸방에 들어와 술빚기를 시작한 건 막걸리 인기가 절정이었던 7년 전인 2010년이다. 2대 대표인 할아버지와 3대 대표인 아버지를 이어 지평양조장 막걸리의 전통을 지켜가겠다는 신념으로 뛰어들었다.

김기환 대표는 지평양조장을 7년 만에 매출액 60억원(2016년 기준) 규모의 막걸리 제조업체로 성장시켰다.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년 양조장에 뛰어들 당시 연매출 2억원이었던 지평양조장을 7년 만에 30배 넘게 성장시켰다.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의 결과다.

그러나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29살짜리 양조장 대표 아들이 덜컥 막걸리를 만들겠다고 갑자기 양조장으로 출근하니 수십년 간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온 직원들은 불만이었다. 함께 일하던 몇몇 직원들은 김 대표가 들어오자 양조장을 떠났다. 김 대표를 포함해 3명이서 막걸리 제조·포장·배달까지 다 해야했다. 지금은 총 직원 26명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지평양조장 홍보관에서 막걸리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김기환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김 대표는 양조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제품 균질화와 효율화부터 시작했다. 막걸리 열풍에 양은 늘렸지만, 품질이 들쭉날쭉했다. 그는 이런 품질부터 안정화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 시설이 있을리 없는 양조장에서 직접 막걸리 만드는 법을 눈으로 배워야 했다.

김기환 대표는 “사무실 옆에 단칸방 하나가 있다. 그 단칸방에서 매일 먹고 자면서 막걸리를 배웠다. 수십년 간 양조장에서 일해오시면서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직원분들이 처음에 막걸리를 가르쳐 주시지 않아 애먹었다. 직접 개량하고 정량화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걸리를 만들 줄 알게 됐지만, 유통망을 뚫는 일은 더 힘들었다. 어린 사장을 어리숙하게 본 주류 도매상들은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김기환 대표를 압박했다. 아예 지평양조장에서 나오는 막걸리는 받지 않겠다는 주류 도매상도 있었다.

김 대표는 “정말 힘들었다. 지금이야 수도권을 중심으로 48개 유통망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6개밖에 안 됐다. 이마저도 언제 잃을까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주류 도매상들에게 막걸리병으로 머리를 맞아보기도 하고, 결혼식에서 깽판을 치겠다는 사람을 달래기도 했다. 양조장 앞을 차로 막아놓고, 배달도 어렵게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끈기있게 관계를 맺자 그들의 마음도 열렸다.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평막걸리가 전국구급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김기환 대표의 다음 목표는 물류 안정화와 신제품 개발이다. 지평양조장은 지난해 물류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에 처리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했다. 또 1970년대 이후 사라진 ‘지평약주’를 부활시킬 계획이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연구·개발(R&D) 중이다.

포장 단계를 앞두고 있는 지평막걸리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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