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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출시 1만원짜리 건담 프라모델…지금 가격보니

피용익 기자I 2022.04.30 23:37:34

절판 제품은 경매 사이트서 수십배에 거래
코로나19 이후 건프라 품귀 현상 심해져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추억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를 뒤져 보자. 만약 어릴 때 구입해서 아직까지 만들지 않은 프라모델이 있다면 좋은 재테크 아이템이 될 수 있다. 특히 기동전사 건담 프라모델(건프라)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수요가 많은 편이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희귀한 건프라는 부르는 게 값이다.

1990년 3월 일본 반다이가 출시한 최초의 하이 그레이드(HG) 퍼스트 건담이 대표적이다. 당시 기술력을 총집약해 내놓은 이 건프라는 시스템 인서트 방식을 적용해 하나의 파츠에 여러가지 성형색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도색을 하지 않아도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충격적인 퀄리티를 보여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야후 옥션에 경매 매물로 올라온 HG 퍼스트 건담.
그러나 1999년 5월 반다이가 HG 등급을 새롭게 재편하면서 초기 HG 퍼스트 건담은 2001년 3월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이 건프라는 중고 거래에서 발매가(1000엔)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린다. 현재 일본 야후 옥션에서는 시초가 3만엔에 경매 매물이 올라와 있다. 무려 30배 높은 금액이다.

반다이가 특정 건프라 제품의 생산을 종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심지어 1980년 7월에 출시된 최초의 건프라 1/144 스케일 퍼스트 건담은 아직까지도 재판되고 있다. HG 퍼스트 건담의 희소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물론 HG 퍼스트 건담이 모두 이같은 가격에 거래되는 건 아니다. 당연히 미개봉이어야 하고, 박스 상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 박스가 구겨지거나 변색이 됐다면 아무리 미개봉 제품이라도 1만엔 이하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으로 절판되지 않았지만 수년째 생산되지 않는 건프라도 재테크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 마스터 그레이드(MG) 시리즈로 2008년 3월에 출시된 자쿠 마인레이어는 발매가(4500엔)의 2~3배 수준에서 경매가 시작된다. 하이퍼 하이브리드 모델(HY2M) 글로리어스 시리즈로 2003년에 나온 구프와 릭돔은 2007년 재판 후에도 여전히 구하기 힘든 건프라로 꼽힌다.

MG 시리즈로 출시된 자쿠 마인레이어는 구하기 힘든 레어 건프라로 꼽힌다. (사진=반다이)
한정판 건프라 역시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프리미엄 반다이를 통해 발매되는 다양한 한정판 건프라는 제품 예약 시작과 동시에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건프라 엑스포’ 등 행사장에서만 판매한 건프라도 발매가 대비 최소 2배 이상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다이의 생산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건프라 품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절판 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이 아닌 일반판의 경우도 인기 제품에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일각에선 건프라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본다. 2022년 5월 현재 MG 220종, HG 241종 등 수많은 제품을 번갈아 생산할 수밖에 없다 보니 갈수록 재판 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건프라 업계에 종사하는 최종수(44) 씨는 “요즘에는 건프라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만들지 않고 보관 중인 건프라가 있다면 매력적인 재테크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가 하면 재테크, 남이 하면 되팔이’라는 공식은 건프라에도 적용된다. 제품 출시 시기에 맞춰 대량 구입한 뒤 희소성이 높아지면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전문 ‘되팔러’들은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로 인해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건프라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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