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월가브리핑]단기국채마저 '발작'…美금리인상 앞당겨지나

김정남 기자I 2021.02.26 08:23:24

10년물 BEI 따라 폭등했던 10년물 국채금리
2년물, 5년물까지 급등 반전…통화정책 촉각
파월 "인상 없다" 했는데…시장 생각은 달라
"연준과 시장의 신경전…증시 단기 변동성↑"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파월 풋(Powell put)’의 약발이 벌써 다 한 걸까요. 지수 앞에 장사 없다는 시장의 격언이 실감 나는 하루였습니다. 지난 2거래일간 증시를 달랬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증시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2% 폭락한 1만3119.43을 기록했습니다. 장 초반부터 꾸준히 떨어졌고요. 장중 1만3066.38까지 내리며 1만3000선까지 위협 받았습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8.06%나 내렸습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5%, 2.45% 내렸습니다. 애플(-3.48%), 마이크로소프트(-2.37%), 아마존(-3.24%), 구글(알파벳·-3.26%) 등 전세계 시가총액 톱10 안에 드는 초대형 빅테크주들이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이는 ‘서학개미’들이 특히 많이 매수한 종목들이어서 우려가 더 크네요. 전날까지만 해도 증시 내 투자 자금 순환(rotation) 전망이 우세했는데, 이날은 경기민감주와 배당주 모두 다 떨어졌습니다. 보잉(-5.62%), 셰브런(-0.95%), JP모건체이스(-1.34%), 맥도널드(-1.11%) 등이 대표적입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3.54%) 역시 예외는 없었습니다. 거대한 인플레이션 파도가 모두를 휩쓸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장중 테슬라 주가 추이. (출처=구글 캡처)


미국 2년물·5년물 국채금리 급등

인플레이션 공포는 빠르게 커졌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614%까지 올랐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 중순께 레벨입니다. 1.379%에서 장을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1.6% 벽을 뚫었습니다.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30년물 금리는 2.401%까지 오르며 2.4% 레벨을 돌파했습니다. 2.237%에서 단박에 치솟은 겁니다. 2.4%는 지난해 1월 초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입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출발점은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입니다. BEI는 10년 후 금융시장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정도를 나타내는데요. 지난해 5월 19일 0.50%까지 내렸는데, 그 이후 점차 상승하면서 지난 24일 기준 2.17%까지 올랐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치(2.00%)를 넘어선 겁니다. 이유는 여럿이겠지요. 달러화 공급이 전례가 없는 속도로 불어나고 경기 호전 전망이 많아진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고요.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경기 부양책을 선언하고 ‘백전노장’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일 “통 크게 움직이자”고 독촉하면서, 수급 측면에서 적자국채 발행 확대 우려가 커졌습니다. 그동안 미국 국채시장은 철저히 BEI에 맞춰 움직여 왔습니다. 10년물 이상 장기국채금리가 나홀로 급등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사뭇 달랐습니다. 금리 폭등을 주도한 건 10년물이 아니라 5년물이었습니다. 0.614%에서 출발해 장중 0.86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3월 초 이후 가장 높습니다. 최근 볼 수 없었던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 흔적입니다. 10년물 이상 장기국채 쪽에서 급격히 가팔라졌던 채권수익률곡선은 이제 그 중간 쪽 역시 올라갔습니다. 연준 정책금리에 민감하다는 2년물 금리 움직임도 이목이 모아졌습니다. 장중 0.194%까지 올랐습니다. 2년물 금리는 최근 장기금리 급등과 무관하게 제로 수준(0.00~0.25%) 정책금리 중간인 0.10~0.12%를 유지해 왔습니다. 바로 전날까지도 그랬습니다. 파월 의장이 대놓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작심한듯 내뱉은 영향이 컸는데, 이날 곧바로 분위기가 바뀐 겁니다. 10년물 외에 2년물, 5년물, 30년물 등 모두 탠트럼(tantrum·발작)을 경험했습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시장 격언이 무색한 하루였지요.

연준 금리 인상 당겨진다는 국채시장

추후 국채시장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날 반전은 의미가 커 보입니다. 국채시장이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심지어 오는 9월 0.25%포인트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5% 반영했습니다. 블룸버그는 “국채금리 급등은 연준이 금리를 올려 경기를 냉각시킬 수밖에 없다는 망령(the specter)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에 비유됩니다. 추후 2~3년 중기 시계를 보고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정정책과 다릅니다. 그래서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지만, 동시에 강하게 나타납니다. 한 번 방향키를 돌린 후 몇 달 만에 정책을 뒤집는 건 신뢰성에 치명타입니다.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으로 기억하는 2013년을 살펴보면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그해 5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고, 해를 넘겨 2014년 1월 테이퍼링을 시작했고요. 정책금리 인상은 한참 뒤인 2015년 12월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느릿느릿 했음에도 전세계 증시는 한바탕 요동쳤습니다.

이날 국채시장은 ‘신중한’ 파월 의장을 그다지 믿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파월 의장을 전날 발언을 그대로 빌리면,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은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텐데요. 그 시기가 훨씬 당겨질 수 있다는 겁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내년 인상 가능성을 프라이싱하는 기류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파월 의장은 “추후 분기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공개할 것”이라고 첨언했는데요. 시장은 당분간 이 언급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2분기 들어서는 갑자기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갑자기 단기국채가 움직인 건, 다시 말해 국채시장의 정책금리 인상 경로 전망이 당겨진 건 왜일까요. 예상했던 것보다는 경기 회복이 빠를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게 기자의 생각입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연준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기조를 유지하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이와 별개로 경제 펀더멘털이 연준을 움직일 것이라는 겁니다.

최근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소매 판매가 6.5~8.2%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 근거입니다. 물론 미국 내 변이 바이러스 공포가 크긴 합니다. 다만 최근 기자가 TV 혹은 라디오를 통해 전해듣는 코로나19 논쟁은 다소 진전되고 있습니다. 한 저명한 과학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할지 장담하기 어렵고 올해 말 겨울께 또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면서도 “올해 여름에 접어들면 미국 내 비행기 여행은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떨기보다는 경제를 얼마나 열 것이냐를 두고 엄청난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일상 복귀 시점을 오는 4월로 제시했습니다. 불과 한 달 후입니다. 미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최근 한 달간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추이. (사진=CNBC 캡처)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 더 커질듯

가장 관심이 클 건 증시 여파이겠지요. 기자는 투자 성향에 따라 분명히 달라지는 국면이라고 봅니다. 일단 미국 실물경제가 최악은 지났다는데 큰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국채시장은 그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는 건데, 사실 증시에 나쁠 건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게 중장기 시계라는 점이겠지요. 그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폭등했던 기술주의 조정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지만, 더 길게 보면 가격을 만회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에너지주, 은행주, 항공주, 크루즈주 같은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월가 내에는 이미 그런 종목 손바뀜 추천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국채금리 변동에 긴밀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나스닥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주 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단기 투자자들은 타이밍을 잡는 게 한동안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월가 금융계 인사는 “연준과 시장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한 조정이든, 급격한 폭락이든, 증시 내 자금 순환이든 중장기 예상이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순간순간 기류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어 보입니다.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3일 오전(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야후파이낸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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