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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프랑스 中대사 "옛 소련국가 주권 없어"…발트 3국 '발끈'

방성훈 기자I 2023.04.24 09:05:16

주프랑스 中대사 "옛 소련 국가 주권 국제합의 없어"
크림반도 우크라 영토 여부에 "보는 입장따라 달라"
옛 소련 소속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반발
한목소리로 中해명 요구하며 24일 中대사 초치 예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주프랑스 중국 대사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옛 소련 국가엔 주권이 없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프랑스 방송사 TF1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국제법상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지 여부는 각국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루 대사는 “그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크림반도는 애초에 러시아 영토 일부였던 역사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부정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발언이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옛 소련 붕괴 후 독립한 발트 3국의 반발이 가장 컸다.

에드가스 링케빅스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발트 3국 모두 24일에 각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과 국가 주권에 대한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발언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중국 측의 해명과 루 대사의 발언에 대한 완전한 철회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24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강력하고 통일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브리엘리우스 란트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발트 3국이 왜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를 신뢰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라며 우리 국경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 대사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르구스 차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도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자가 그러한 견해를 가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딤 오멜첸코 주프랑스 우크라이나 대사는 “옛 소련은 (역사상)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며 역사는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들 3국이 러시아도 포함된 유엔 등 국제기구에 각각 따로 대표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발트 3국을 독립 국가로 인지해 왔다는 뜻으로, 옛 소련 국가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다는 루 대사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가디언은 “루 대사의 발언은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문(중재안)과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루 대사의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친중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한 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돼선 안된다”며 EU와 다른 견해를 내비쳐 대내외적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루 대사의 발언에 중국의 공식 입장이 반영된 것인지 해명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수십년 간의 억압 끝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립을 쟁취한 모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완전한 연대를 강조한다”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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